인천 초등학교 특수교사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진상조사위원회가 운영 방식과 조직 구성을 둘러싸고 파행을 거듭하며 조사의 첫발도 떼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청 측이 진상조사위에 '조사권'을 부여하지 않으려 하자 교원단체 측이 "조사위가 조사를 못 하냐"고 반발하면서 갈등만 커지는 양상이다.
3일 인천시교육청과 교육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진상조사위는 전날 오후 5시 10분쯤 '인천 ○○초등학교 특수교사 사망 관련 진상조사위의 운영 세칙안' 안건 처리를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빈손으로 끝났다.
회의에서 유족과 교원단체 측은 조사위에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반면 교육청 측은 사실관계 조사는 교육청 감사관 중심으로 운영되며, 조사위원은 외부 감사반원 추천은 할 수 있지만 조사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는 세칙 운영안을 고수하며 대립했다. 교육청 안에서 조사위는 심의·자문 기능에 그친다.
조직 구성을 두고도 파열음이 나온다. 교육청은 위원장은 부교육감으로 하며 위원은 위원장 포함 교육청 측 인사 5인과 교원단체 측 5인 등 10명으로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회의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동수면 위원장이 결정권을 쥔다고 했다. 이에 유족과 교원단체는 고인의 사망 배경과 관련해 교육청의 책무 방기 의혹이 주요 조사 사안인 만큼 교육청 측이 결정하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고 맞서며 유족이 추천하는 위원의 추가 인선 필요성을 피력한다. 위원장도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인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 진행자이던 이상돈 부교육감은 조사위의 조사권 부여 반대 입장 등을 설명했으나 반발에 부딪히자 운영세칙 안건 표결 절차를 생략하고 회의 도중에 나가버렸다. 이에 학교설립과장 등 교육청 위원들도 줄지어 회의장을 나가버리며 조사위 운영안 정리가 무산됐다. 교육청 측 외부위원인 변호사는 돌연 사퇴했다. 이 부교육감 등 교육청 고위 인사들은 회의 전 유족을 불러 조사위 회의 참관도 만류하려다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천교사노조는 "교육감이 지난달 6일 유족의 뜻을 최대한 반영해 철저히 진상규명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교육청의 실제 행보는 그와 다르다"며 "특수교사의 죽음에 대해 진상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진상조사위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데 여러 차례 만나면서 서로 입장 차를 고려해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숨진 채 발견된 인천 특수교사는 인천시교육청이 2개이던 특수학급을 1개 감축하면서 과밀 특수학급을 혼자 맡으며 고강도 노동의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고인의 기간제 교사 배치 요청 묵살 등 교육청의 안일한 교육행정이 주요 규명 대상으로 꼽힌다. 도성훈 교육감은 지난달 8일 교원단체에 보낸 서신에서 "(교원단체와) 공동진상조사위를 구성해 투명하게 조사하겠으며, 별도로 특별감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