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막판 단행한 차남 사면의 후폭풍이 거세다. 4년 전 재선 실패 뒤 형사 법정을 들락대며 복수를 별러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법무부 길들이기 정당화의 구실이 주어졌다며 친정인 민주당마저 반발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법무부를 믿는다. 더불어 (사면한) 아들(헌터 바이든)이 (대통령인 자신 때문에) 정치적으로 표적이 됐다고도 믿는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법 제도가 당파성에 오염됐음을 인정하며 트럼프 당선자가 추진 중인 보복성 사법 체계 재편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공화당은 기회를 반기는 분위기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공언해 온 사면 포기 약속을 어겼다고 지적하며 “바이든의 남용 탓에 우리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됐다.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전날 SNS 트루스소셜 글로 곧장 반응했다. ‘J-6’ 인질들(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듬해 1월 6일 의회 폭동에 가담했다가 현재 수감돼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사면돼야 한다며 그들에게 제기된 소송을 “사법의 남용과 실패”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일단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초 취임 뒤 1·6 폭동 피고인들에게 사면하려 할 경우 반대할 명분이 약해졌다. 피장파장이 됐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사법 제도의 신뢰 훼손이다. 선거전 내내 트럼프 당선자가 반복한 ‘사법의 정권 무기화’ 가능성 주장에 바이든 대통령이 동조한 꼴이어서 ‘정치화한 법무부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트럼프를 막기도 궁색한 입장이 됐다.
불평은 주로 당내 온건파 쪽에서 나왔다. 그레그 스탠튼 연방 하원의원은 X에 “헌터는 중범죄를 저질렀고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고 썼다. 정치적 기소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마이클 베넷 연방 상원의원도 X를 통해 “사법 제도가 모든 이에게 공정하고 평등하다는 미국인의 믿음을 (사면이) 더 침식했다”고 짚었다. 민주당 상원 선거운동을 이끌었던 게리 피터스 의원은 성명에서 “대통령 가족과 측근이 특별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 그것은 권력의 부적절한 사용”이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잠식하고 다른 이들이 정의를 자기 이익에 맞춰 구부려도 되는 줄 알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당내 진보파 쪽에서는 지금껏 바이든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에 인색했던 만큼 차제에 사면 대상 범위를 억울한 경우 등으로 넓혀 권한을 선용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도 제기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