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필수품 HBM 중국으론 못 가"...美 밀어붙여도 정부 "한국 기업 영향 적다" 느긋한 까닭은

입력
2024.12.03 17:00
산업부 "미 안보에 영향 반도체 수출 통제"
"우리 기업은 이미 포괄적 수출 허용 대상"
반도체 업계 "국내 생산품, 미국 빅테크로"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對)중국 수출을 추가 통제했다. 정부는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안보와 연관성이 큰 반도체 장치가 통제 대상이고 이미 반도체 수출 포괄적 허용 대상인 우리 기업들은 중국보다 미국에 공급하는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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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223240004911)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군사적으로 활용 가능한 AI, 첨단 컴퓨터 기술과 관련된 HBM 등 반도체 장비의 추가 수출 통제 규칙을 발표했다. 이 규칙은 중국을 포함한 무기금수국 24개 나라에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한 점이 핵심이다. 미국 정부는 AI 개발 등에 꼭 필요한 HBM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양을 조절해 중국의 첨단 군사력을 통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두고 "우리 기업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부는 "반도체 장비의 경우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 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장비로 설정돼 있다"며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규칙을 면제해주는 국가에 반도체 경쟁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는 들어가고 한국은 빠져 우리 기업에 타격이 있을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규칙 적용이 면제되는 일본, 네덜란드 등 국가는 미국 본토 수준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며 "그 결과 '면제국'으로 지정됐을 뿐이지 효과 측면에서는 이전과 다르지 않아 시장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관련 장비를 들여오는 것도 큰 문제가 없다. 산업부는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통제되는 품목 수출 건에 대한 허가 신청 시 기본적으로 거부 추정(presumption of denial)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기존 VEU(Validated End-User)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중국에서 수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VEU는 사전에 미 상무부로부터 승인받은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의 반입을 허용하는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시장에서 별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

산업부는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를 이어온 점도 강조했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조치지만 한미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국 간 긴밀히 협의해왔다"고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도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은 적다고 보고 있다. 중국으로의 HBM 직접 수출만 통제한 데다 국내 생산품 대부분이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업체로 공급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HBM 제품은 미국으로 전량 수출되고, 삼성전자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HBM은 중국 수출 제한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업체로의 납품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네덜란드 등 규칙 면제 국가들과의 경쟁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며 "해당 국가들이 생산하는 반도체 품목은 우리 기업들이 거의 생산하지 못하는 품목들이라 애초에 시장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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