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 제임스 박 신임 대표 내정... 기대와 우려 교차

입력
2024.12.02 17:51
머크·BMS 거쳐 삼바 영업센터장 역임
롯데바이오 "글로벌 수주 적임자” 기대
업계선 "지씨셀서 성과 못 냈는데" 의문

그룹 체질을 개선 중인 롯데그룹이 바이오 사업의 수장에 제임스 박 전 지씨셀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글로벌 바이오 사업 네트워크를 갖춘 영업 전문가를 영입해 해외 수주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제임스 박 전 지씨셀 대표이사를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박 신임 대표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단계부터 회사를 이끌어왔던 이원직 대표에 이은 두 번째 수장에 올랐다.

특이한 점은 이 전 대표에 이어 박 신임 대표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란 점이다. 박 신임 대표는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후, 컬럼비아대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에서 의약품 공정 개발과 라이선스 인·아웃, 인수합병(M&A) 등 사업개발을 담당했다.

이후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 2022년까지 글로벌 영업센터장으로 수주 확대에 기여했다. 2023년 초부터 최근까진 GC녹십자 그룹 내 세포·유전자치료제 전문 개발사인 지씨셀 대표를 지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박 신임 대표는 경영 전반에 걸처 전문성과 글로벌 수주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며 선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박 신임 대표가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란 점과 지씨셀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사업 초기 체계 구축 과정에서 잠재적 경쟁사의 인재를 대거 끌어왔다. 이로 인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영업비밀 침해 등과 관련해 4건의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지씨셀 내부에서는 박 대표 선임 당시 기대했던 글로벌 연구개발(R&D)과 기술이전 성과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지씨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6%, 영업이익은 90.8% 감소했다. 주가도 지난해 초 4만 원대 후반에서 이날 종가 기준 2만4,250원으로 반토막 났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개발 완료 제품인 지씨셀의 이뮨셀엘씨 기술 수출 등은 특별히 박 대표의 성과라고 볼 수 없다"며 "급하게 지씨셀을 떠나 실적을 내야 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옮기면서 박 대표의 심적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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