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신예 잠수함, 영유권 분쟁 남중국해 출현에 필리핀 '발칵'

입력
2024.12.02 18:05
러 해군,  말레이·태국 해군기지 등 잇따라 방문
미·중 대만 갈등 고조 속 동남아 활동 반경 넓혀

러시아 최신 공격용 잠수함이 최근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남중국해에 나타나 필리핀군이 추적에 나섰다. 러시아가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는 가운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매우 우려된다”면서도 말은 아꼈다.

2일(현지시간)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해군 킬로급 공격용 잠수함 '우파'가 지난달 28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필리핀 중부 옥시덴털민도로주(州) 민도로섬에서 서쪽으로 약 148km(8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처음 포착됐다.

우파함은 이례적으로 수면으로 떠오른 상태에서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해 공해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해군은 즉시 호위함과 항공기를 파견해 우파함의 이동을 추적, 감시했다. 우파함은 캄차카 해군 기지에 있는 러시아 태평양 함대 잠수함 기지로 향하던 중이었고, 기상 악화로 부상한 것이라고 필리핀군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파함은 지난달 23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해군 기지를 방문한 뒤 남중국해에서 작전 수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파함 측이 통상적 기동이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필리핀 내에서는 영유권 분쟁지 인근에서 부상한 것 자체가 지정학적 긴장을 촉발한다고 우려했다. 필리핀 상원 국방·안보위원장 대행 징고이 에스트라다는 "공격력을 갖춘 외국 군 자신이 민감한 지역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러시아의 "침입" 의도를 명확히 밝여햐 한다고 촉구했다.

우파함은 2022년 11월 실전 배치된 최신 잠수함으로, 첨단 무소음 기능을 갖줬다. 길이 약 74m, 항속 거리는 1만2,000㎞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때 사용한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은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 자바해에서 인도네시아 해군과 첫 합동 훈련을 하는 등 최근 동남아 각국과 교류를 강화하면서 남중국해에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중국 해군과 남중국해에서 '해상 연합-2024' 합동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에는 레즈키함·그롬키함이 참가해 함포 사격, 대잠 전투, 해상 교전 등 약 30차례의 연습을 실시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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