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잘 차려진 음식상을 두고 “임금님 12첩 반상이네” 어쩌네 하지만, 조선시대 실제 밥상의 격을 가르는 반상의 구별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인터넷 콘텐츠 등에서 오류가 빈번해 새삼 정리하면 이렇다. 우선 반찬은 통상 ‘밥과 함께 먹는 부식’ 일체를 가리키는 말이지만, 반상 첩수를 따질 땐 야트막(깊이 4㎝)하고 넓적한 반찬 전용 식기인 ‘쟁첩’에 담는 반찬을 주로 가리켰다. 따라서 보시기나 탕기, 종지에 담는 국(탕)이나 김치(침채), 찌개(조치)나 전골, 찜, 간장 등은 반상 첩수에서 제외됐다.
▦수라상엔 통상 밥과 국에 더해 찌개로 토장조치와 젓국조치 등 2종에 찜, 전골, 김치가 기본으로 차려졌다. 12첩 반상엔 여기에 쟁첩에 담는 12가지 찬물이 추가되는데, 육류와 채소, 해물류를 재료로 만들어졌다. 12가지 찬물은 육류나 어류의 구이나 적인 ‘더운 구이’와 김 더덕 채소의 구이나 적인 ‘찬 구이’, 각종 전과 편육, 숙채, 생채, 조림(조리개), 회, 젓갈, 포와 자반 튀각 등을 일컫는 ‘마른 찬’ 등 조리방법에 따라 분류하고 계절에 따라 다양한 찬물이 만들어졌다.
▦왕실 식사는 오전 10시쯤과 저녁 5시쯤에 진상하는 정식 수라상 외에, 새벽(자리조반)과 점심(낮것상), 야참 등 세 차례 식사를 합쳐 하루 다섯 번을 올린다. 따라서 자리조반의 미음이나 낮것상의 온·냉면, 야참의 다과 등도 따지고 보면 엄연한 수라상 음식이라 할 만하다. 사실 12첩 반상은 고종, 순종 대의 마지막 상궁들에 의해 전해진 수라상의 모습이며, 이전에는 대개 7가지 정도의 반찬이 올랐다고 한다.
▦수라상은 유구한 한식문화의 정점이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지난달 20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수라상을 포함한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을 열고 있다. 비록 모형이지만 1892년 고종 즉위 30주년 생신 축하 잔칫상 차림과 함께 궁중음식에 관한 여러 기록물과 그림, 그릇, 조리도구 등 200여 점의 유물 및 영상콘텐츠도 체험할 수 있다. 궁중음식으로 구현된 우리 민족의 유구한 얼과 문화를 찬찬히 둘러보고 음미할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