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층(25~34세) 인구가 증가해 42만 명을 돌파했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구조적 요인과 경기 둔화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배경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 비중은 지난해 4분기 22.7%에서 올해 3분기 29.5%로 뛰어 42만2,000명에 도달했다. 35~59세 핵심 연령층과 60세 이상의 쉬었음 비중이 큰 변화 없이 안정된 흐름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그중에서도 취업을 경험한 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이들의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비경제활동인구라는 점에서 잠재적 노동력 손실을 나타낸다.
청년층에서는 일을 자발적으로 그만두고 쉬는 경우가 휴·폐업, 정리 해고 등으로 인한 비자발적 쉬었음을 웃도는 상태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청년층 고용의 질이 팬데믹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 선택의 기준 자체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지난해 청년층의 쉬었음 이유를 살펴봤더니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라고 답한 비중이 32.4%로 핵심 연령층(20.1%)보다 높게 나타났다. 취업자의 학력이 일자리가 요구하는 학력보다 높은 ‘하향 취업’ 비중도 청년층에서 추세적으로 상승해 최근에는 20%를 웃도는 상황이다. 대졸자 증가(인력 공급)를 고학력 일자리 증가(인력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경기 영향으로 고용 상황이 나빠지면서 비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청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지난 1년 동안 25.4%나 늘었는데, 비자발적 쉬었음의 기여율이 71.8%에 달했다. 실제 핵심 연령층의 고용률은 꾸준히 오른 반면, 청년층 고용률은 올해 초 감소 전환했다. 비자발적 사유로 쉬는 청년층은 300인 미만 중소기업, 대면 서비스업 등 고용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자리에 주로 종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쉬었음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적으로 이탈하거나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인 ‘니트(NEET)족’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청년층 쉬었음 인구가 구직활동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청년 실업률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실업자와 ‘쉬었음’ 인구 사이의 노동 이동 추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