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으로 생활가전 시장이 정체되면서 전자업체들이 새 사업 모델로 돌파구 모색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LG전자 독주체제인 '가전 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LG전자는 인테리어업체와 가정 내 각종 전자기기를 연결하는 '스마트 홈 설루션'을 개발한다.
1일 삼성전자는 월 구독료를 내고 가전제품을 빌려 쓰고 방문 관리도 받는 'AI 구독 클럽'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 가전 구독 시장을 이끈 LG전자와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를 대상으로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90% 이상은 인공지능(AI) 기능을 담은 고가 제품으로 구성했다. 제공 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방문 서비스와 품질보증 기간 이후에도 무상 수리 등을 받을 수 있는 '올인원' 요금제 △제품 구독과 원하는 서비스만 선택하는 스마트 요금제 등이다. △이미 가전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제품 점검과 소모품 교체, 청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케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가전 구독 사업은 LG전자가 올해 3분기(7~9월) 누적 기준 국내 매출 1조2,386억 원을 내면서,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LG전자에 따르면 구독 사업 매출은 케어 서비스를 빼고도 △2018년 2,924억 원 △2019년 4,398억 원 △2020년 5,910억 원 △2021년 6,400억 원 △2022년 7,344억원 △2023년 9,628억 원 등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런 실적 덕분에 가전 구독 사업을 회사의 새 성장 모델로 제시한 김영락 LG전자 한국사업본부장이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가전 제품의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에어컨, 냉장고 등 자사의 빌트인 제품을 건설사 등에 납품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함께 스마트 홈·스마트 오피스 설루션을 기획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이날 LG전자는 인테리어 전문스타트업 아파트멘터리와 최근 '공간 설루션 제품 및 서비스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LG전자의 AI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통합한 다양한 인테리어 상품을 함께 개발한다는 게 뼈대다. LG전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많은 AI 가전을 팔 수 있고 아파트멘터리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최신 가전을 인테리어에 접목할 수 있다.
LG전자는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 가전을 선택하는 시점을 기존의 마무리 단계에서 초기 설계 단계로 앞당겨, AI 가전과 인테리어가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혁신 설루션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