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명태균 의혹... 창원산단 개발 투기는 또 뭔가

입력
2024.12.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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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가족이 창원 제2국가산업단지 인근 부동산을 정부 공식 발표 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개발 정보를 사전 입수해 투기한 것으로 보고 이들의 집과 창원시청·경남도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전 의원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의 당사자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활용해 공천뿐 아니라 김 전 의원 지역구 내 산단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권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윤 대통령은 2023년 3월 창원 제2산단 등 국가 첨단산업단지 후보지 15곳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40여 일 전 김 전 의원 남동생의 부인은 창원 제2산단에서 약 2㎞ 떨어진 주택을 매입했다. 김 전 의원의 또 다른 남동생은 이 주택에 매입가 절반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명씨가 2022년 10월 김 전 의원 사무실에서 산단 관련 창원시 공무원들이 보고할 때 함께 자리했으며 주변에 투자를 권유했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김 전 의원 가족의 개발정보 투기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명씨의 공천 개입 의혹도 부지기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취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3월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선에 앞서 "내가 작업 다 해줬지. 페널티 20% 때릴 거를 5%밖에 안 때렸잖아"라고 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경선에서 감점을 덜 받게 힘썼다는 취지다. 2022년 지방선거에선 컷오프된 김진태 강원지사가 다시 경선 기회를 얻고, 당시 창원의창 지역구인 박완수 의원이 경남지사 공천을 받게 된 과정에도 등장한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오세훈 시장,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의원 공천에 도움을 준 대가로 세비를 챙겨온 혐의로 명씨를 구속했다. 명씨 관련 수사는 두 사람의 금전 관계에 그쳐선 안 된다. 민간인인 명씨가 어떻게 국민의힘 공천은 물론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간여하게 됐는지도 밝혀야 한다. 윤 대통령 부부와의 고리를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만큼 검찰은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의혹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