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안산의 상가 건물 화재 당시 52명을 구한 소방관들에 감동받은 80대 예비역 원사가 자신의 애장품인 ‘손도끼’를 보낸 사연이 알려졌다.
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안산소방서로 허형래(85)씨가 보낸 손도끼와 손편지가 담긴 소포가 도착했다. 경기 동두천에 사는 예비역 육군 원사라고 소개한 허씨는 편지에 “안산 화재 사고 시 52명의 인명 피해를 막아 준 소방관님들께 감사드린다”며 “내가 사용하던 손도끼를 보냅니다. 필요할 때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적었다. 특히 “박홍규 소방관님, 용맹스럽게 손도끼로 유리창을 깨고 인명을 구조한 행동이 아름답습니다”라고 했다.
허씨는 1962년부터 1996년까지 35년간 육군 야전부대와 육군본부에서 군 복무하다 원사로 전역했다. 소포에 동봉한 손도끼는 자신이 중사 시절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자신에게는 분신과도 같다고 했다. 허씨의 애장품인 손도끼는 날에 일부 녹이 슬고, 손잡이 부분에 거뭇한 때가 끼어 세월이 묻어나 보였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허씨를 직접 찾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허씨가 준 손도끼를 이달 개관 예정인 경기소방 역사사료관에 전시물로 보존키로 했다.
앞서 지난달 17일 오전 3시 38분쯤 새벽 안산시 단원구의 모텔이 포함된 6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공휴일인 데다 5층과 6층에 모텔이 있는 것을 확인, 공휴일이라 이용객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해 신고 8분 만에 대응1단계(관할 소방 모두 출동), 현장 출동 19분 만에 대응2단계(인근 7, 8개 지역 소방서 출동)를 발령해 2시간여 만에 진화했다. 이 과정에서 안산소방서 소속 119 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의 지휘 아래 도끼로 창문을 깨 열기와 연기를 배출하며 현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 모텔 투숙객을 포함해 52명(중상 2명, 경상 31명 등)을 구조했다.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