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이 소위 '평화유지군' 파견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10만 명 규모의 병력을 배치하려고 한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전세 역전 가능성이 옅어짐에 따라, 서방이 현재 전선을 동결한 상태로 휴전한 뒤 병력을 주둔시키기를 원할 것이라는 얘기다.
29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분할해 점령할 계획"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서부는 폴란드, 중부와 동부는 독일,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북부는 영국, 흑해 연안은 루마니아가 각각 관할하려 한다는 게 SVR의 예측이다.
SVR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전장에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가할 가능성이 작아지자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하려고 한다"며 "분쟁 동결을 우크라이나가 복수를 준비할 기회로 여긴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나토가 우크라이나 동원 병력 100만 명 이상을 훈련시킬 훈련소를 마련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주장인데, 여기에는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도 가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화유지군 배치는 분쟁 당사자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러시아와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려면 "분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