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분기 시작과 함께 한국 경제의 활력도를 보여주는 생산·소비·투자 산업활동 3대 지표가 전월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5월 이후 5개월 만의 '트리플 감소'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경쟁 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아 장기·구조적 저성장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낙관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 지수는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전월(-0.3%)에 이어 두 달째 내림세다. 다만 1~10월 누계는 1.9% 상승했고, 반도체 생산 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 등에 비춰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지난달 광공업의 경우 반도체(8.4%), 의료정밀광학(4%) 등 생산은 늘었지만 일부 공장에서 파업, 화재가 있었던 자동차(-6.3%) 등이 줄어 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서비스업에선 소폭 증가(0.3%)했지만, 건설업(-4%)과 공공행정(-3.8%) 부진 영향이 컸다. 특히 건설업 생산은 6개월 연속 줄었는데, 반년 이상 감소세가 이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인 2008년 1~6월 이후 처음이다.
재화 소비 동향을 가리키는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4% 하락했다. 통신기기·컴퓨터 등 전자제품과 가전제품 등 내구재(-5.8%)에서 큰 폭으로 판매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소매판매 지수는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0.8% 감소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전월비 등락이 있지만 소비는 전년과 비교하면 8개월째 '마이너스(-)' 흐름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9월 큰 폭(10.1%)으로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한 달 만에 5.8% 하락으로 전환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5.4%), 자동차 등 운송장비(-7.2%)에서 모두 저조했다. 토목(-9.5%), 건축(-1.9%) 등 건설기성은 4% 감소했는데, 6개월째 내리막이다. 건설업황 흐름을 예측해볼 수 있는 건설수주도 앞서 4개월 증가세를 끊고 전년 대비 11.9% 줄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1포인트 하락했다. 남은 11, 12월까지 4분기 성장률도 전망치를 하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로 앞서 예상한 0.5%를 한참 밑돌았다.
설상가상 보편관세 등을 표방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예고되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은 전날 "성장의 하방압력이 증대됐다"고 평가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은 2.2%로 낮췄다. 내년과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1.9%와 1.8%로 더욱 내려잡았다. 2년 연속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대로 성장률이 주저앉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이는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의 내년 전망치(각각 2.0%)보다도 낮다. 한은은 글로벌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할 경우 우리 성장률은 내년 1.7%, 2026년 1.4%에 그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저성장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에도 정부 진단은 낙관적이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완만한 경기회복세라는) 흐름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며 "생산은 높은 수준이고 소비·투자 회복 속도는 온도차가 있는데, 상승 흐름에 있지만 힘이 약해 월별 등락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