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당이 일본 정치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세습 정치' 규제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논란과 집권 자민당의 반대 때문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일본유신회는 국회의원 세습을 막을 정치 개혁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 노선이 다른 두 야당이 세습 정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기투합한 것이다.
입헌민주당과 일본유신회는 기존 국회의원이 친족에게 정치자금을 물려주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의원이 은퇴하거나 사망한 경우 기존에 맡았던 정치단체(특정 정치인 지지 단체·정책 연구 단체·정치 자금 모금 단체 등) 대표를 배우자나 자녀, 손자, 외손자 등에게 계승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또 정치단체가 국회의원 친족에게 기부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다룰 방침이다.
야당이 세습 정치에 손을 대려는 것은 이 같은 정치 풍토가 정치 신인의 정계 진출을 가로막고 있어서다. 또 현 정치 구조가 12년간 원내 1당 지위를 지킨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해서다. 일본에서 소선거구 제도가 도입된 1994년 이후 30년간 역대 자민당 출신 총리 10명 중 8명이 세습 정치인이었다. 현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와 전임인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세습 정치인이다.
2021년 10월 실시된 총선에서 당선된 자민당 소속 중의원(261명)의 약 30%가 가족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됐다. 아사히는 "세습 정치인은 부모의 기존 후원회와 자금력, 인지도를 모두 물려받아 정계에 입문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정치권의 인재 공급 통로가 고정적이라 통로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논란과 자민당 반대로 법안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사히는 "헌법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명시된 만큼 부모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자녀의 선거 출마를 막는 것은 어렵다"며 "야당이 정치 자금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도 규제에 소극적이다. 아사히는 "이시바 총리는 취임 전인 지난 8월 출간한 저서에서 '세습 정치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총리 취임 이후에는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