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로 하루아침에 기온이 뚝 떨어진 27일. 점심시간에 찾은 세종 해밀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에너지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많은 눈이 내려 평소보다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학생이 적었지만 실내 강당과 눈 녹은 실외 공간은 ‘스포츠 놀이터’였다.
2021년부터 학교 스포츠클럽을 운영 중인 해밀초는 전교생 1,176명이 기본적으로 1개 종목 이상 체육 활동을 한다. 1~2학년은 부상 위험이 적은 줄넘기, 3~4학년은 피구, 5~6학년은 선호도에 따라 농구 배구 배드민턴 축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운동에 재미를 느낀 학생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정규 수업 전 오전 7시 50분부터 자율적으로 운동을 하고 1교시 수업을 듣는다. 이후 중간 놀이 시간(오전 10시 20~50분), 점심 시간, 방과후 그리고 저녁까지도 땀을 흘린다. 방학 때도 학교는 늘 열려 있다. 창의 융합 스포츠캠프를 통해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개방한다.
최수형 해밀초 교장은 “우리 학교는 365일 개방할 정도로 오픈돼 있다”며 “다양한 종목에 여러 친구들이 참여해 학교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자부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생들 곁을 지키는 김현진 교사도 “아이들이 늘 학교가 열렸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방과후가 오후 5시 10분에 끝나는데, 축구하고 싶은 친구들은 10분 뒤에 바로 오고, 배구 하고 싶은 친구들은 오후 7시에 또 온다”고 설명했다. 또 지역 내 커뮤니티가 잘 형성돼 있어 인근 해밀중으로 진학한 졸업생들이 등교 전 해밀초 후배들을 찾아 함께 호흡하며 기술도 가르쳐준다고 한다.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학생들은 다른 또래보다 건강하게 성장한다. 휴대폰과 게임 등 디지털 의존도를 줄이고 운동 에너지로 활기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서다. 실제 직접 뛰어노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주로 배구를 한다는 서지완(4학년)군은 “지난 3월부터 클럽 활동을 시작했는데, 운동에 흥미가 생겼다”며 “집에서 할 게 없으면 학교에 와서 운동을 하느라 휴대폰 보는 시간이 줄었다”고 말했다. 유태환(6학년)군도 “5학년 때까지 운동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학교 선생님들이 굉장히 잘 가르쳐 주셔서 배구부 주장까지 했다”며 “지금은 친구들이랑 놀거나 게임하는 것보다 운동이 훨씬 더 재미있다”고 강조했다.
취미로 즐기면서 하다 보니 실력도 쑥쑥 늘었다. 해밀초 교무실 유리 벽엔 온통 학교 스포츠클럽대회 상장으로 도배돼 있다. 특히 올해 지역 농구대회에선 당당히 여자 초등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위 주역 학생들을 보면 슈팅 자세와 드리블, 레이업 슛 등 엘리트 선수 못지않은 기본기를 자랑했다. 안주연(5학년)양은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대회에 나가 우승까지 하면 더 좋다”고 했다. 김시윤(6학년)양은 “힘 쓰고 몸 움직이는 걸 좋아했다. 선생님 권유로 작년부터 농구를 했는데, 우승도 하고 좋았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스포츠 열정에 학교 교직원들도 진심을 다해 돕는다. 농구팀을 지도하는 이는 외부인이 아닌 송학문 해밀초 시설 주무관이다. 대학 시절까지 농구 동아리 활동을 했던 송 주무관은 “올해 54세인데, 아이들에게 재능 기부를 하는 자체만으로 에너지를 얻는다”며 “아이들의 열정과 학교의 열정이 만나 좋은 성적까지 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단순히 즐기는 수준이지만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은 스카우트 제의를 받거나, 실제 운동 선수의 꿈을 키우기도 한다. 최수형 교장은 “학부모님이 동의하고 엘리트 스포츠로 가는 학생이 있다면 훗날 꼭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더라고 국위를 선양하는 선수가 우리 학교에서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라며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