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자연계열 논술시험 유출로 입시 절차 중단 사태를 빚은 연세대가 다음 달 8일 추가 시험(2차 시험)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미 치른 시험을 무효화하기보다, 앞선 시험과 추가 시험 합격생 모두를 선발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연세대는 예정보다 최대 261명의 합격생을 더 뽑게 되는데, 이번 입시에서 늘어난 정원만큼 현재 고1 학생들이 지원하는 2027학년도 입시에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27일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전형에서 12월 8일 추가로 2차 시험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1차 시험과 다음 달 2차 시험에서 각각 261명씩 합격자를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자연계 논술 전형 입학 정원이 당초 261명에서 최대 2배인 522명까지 늘어난다는 뜻이다. 결시생을 제외한 1차 시험 응시자 모두 8일 2차 시험을 다시 볼 수 있다.
1차 시험 합격자 261명은 다음 달 13일 발표되고, 2차 시험 합격자 261명은 다음 달 26일 이전에 선발된다. 다만 1, 2차 시험 중복 합격자 혹은 합격했으나 타 대학으로 이탈하는 학생을 고려하면 실제 등록 인원은 522명을 크게 밑돌 수 있다. 연세대가 재차 추가 합격자를 발표해 늘어난 정원을 모두 채울지 여부는 28일 확정될 예정이다.
수시 모집 인원이 는다고 정시 모집 정원이 줄지는 않는다. 그러나 2027학년도 모집인원부터는 감축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2월 28일 정시 등록까지 마감된 후 인원이 늘어난 것에 대해선 교육부 사후 승인을 받고, 아직 대입 시행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2027학년도부터 정원을 줄일 수 있다. 교육부는 "연세대가 제안한 추가 시험에 따른 초과모집은 대학의 과실로 인한 초과모집에 해당해 2027학년도 모집인원 감축 명령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사과의 입장도 같이 밝혔다. 학교 측은 "재시험 등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여러 수험생 및 학부모님들께서 느끼실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연세대와 타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교육부와 협의 후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적 고통을 받은 수험생, 학부모들께 사과드린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12일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1시간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수험생, 학부모 등 18명은 "문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는 등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험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며, 관련 입시 절차 중단을 명령했다.
연세대의 추가 시험 결정이 있었지만 소송인단은 법정 다툼을 계속 이어나갈 방침이다. 1차 시험 자체가 불공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수험생을 대리하는 김정선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연세대의 발표를 보면 공정성 침해를 인정하고 있지 않고,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2차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소송을 계속해 1차 시험 무효 확인을 받고 (연세대가) 공정하게 본 재시험으로 추가 합격자까지 인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수시 모집 인원 증가에 따른 학생들의 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불만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2027학년도 의대, 치대 정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원자들만 큰 혜택을 보고, 왜 지금 고1이 피해를 보냐"는 학부모의 성토도 있었다. "연세대는 내년에 등록금으로 오히려 돈을 버는 것 아니냐"거나 "부정행위가 문제인데 부정행위자를 그대로 (합격자로) 보내주겠다는 거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교육부는 추후 연세대의 입시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교육부는 이번 연세대의 결정에 대해 "법률 분쟁을 조기에 해소하여 안정적으로 입시를 운영하기 위해 선택한 대안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입시 혼란을 초래한 연세대 및 책임자에 대해서는 추후 수사 결과 등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