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이 북한·미국 정상 간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 대선 기간 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재회 의지를 누차 피력해 온 트럼프 당선자가 내년 1월 취임하면 곧바로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 타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몇 년간 단절됐던 북미 정상 간 관계를 복원하는 데 트럼프 당선자와 김 위원장의 직접 접촉이 가장 유용한 방식이라는 시각이 트럼프팀 내에 존재한다고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팀은 이러한 외교적 노력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당선자가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성사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단 트럼프 당선자 측이 뚜렷한 정책 목표나 구체적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소식통은 외교 정책 우선순위 측면에서 이 사안이 중동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밀릴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위원장도 시큰둥하다.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제안을 4년간 무시한 북한은 그사이 핵·미사일 역량을 더 고도화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매개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동맹 수준’까지 강화한 상황이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승리 후 제기되는 북미 협상 재개 전망을 최근 김 위원장이 직접 일축했다. 지난 21일 평양 무장장비전시회 개막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주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 보았다”며 대미 협상을 통해 확신하게 된 것은 미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적대적 대북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 측이 벌써부터 검토에 착수한 만큼,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단초가 의외로 빨리 마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기’는 4년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재선 정권이라는 점에서 물꼬가 트이기만 하면 우선순위 의제로 급부상할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본보에 “진전 계기가 생겼는데도 후순위 의제라는 이유로 미루는 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의지도 약한 것 같지 않다. 이번 대선 선거전에서 줄곧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북한과 다시 정상 외교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그는 “핵무기를 갖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그(김정은)가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권 1기 때 대북 협상 실무를 맡았던 알렉스 웡 전 대북특별부대표가 2기 백악관 수석 국가안보 부보좌관에 최근 발탁된 것을 두고도 ‘북미 정상 외교 재개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북 관계 개선이 미국의 패권 경쟁국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적 큰 그림’의 일환일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트럼프 당선자가 집권 2기 외교안보 정책 ‘투톱’으로 기용하려 하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모두 잘 알려진 대(對)중국 강경파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러시아·북한 간 거리를 최대한 벌리는 게 중국 견제에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