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3 아들을 둔 40대 엄마 A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고 이제 성적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나온 아들의 수시모집 결과가 좋지 않다. 아들은 정시모집 지원도 안 해보고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 성적이 낮다”며 재수 이야기를 먼저 한다.
평소 학습 태도와 성적을 볼 때 내년 성적이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거니와, 재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재수를 반대하자니 장래를 막는 것 같고, 재수를 시키자니 사정이 녹록지 않아 고민이다.
A: 이맘때쯤이면 학부모와 수험생 모두 ‘재수 고민’을 한 번쯤 하게 된다. ‘재필삼선 사가오운’이란 말이 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나온 말인데, ‘재수는 필수 3수는 선택, 4수는 가슴이 시키고, 5수는 운명이 시킨다’는 뜻이다. 그 정도로 재수는 예전보다 더 흔한 일이 됐다. 실제 서울 강남의 주요 고교 중에는 졸업생 절반 이상이 재수를 선택하는 곳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녀 입장에서는 주변 친구들 중에 재수생이 많다 보니 재수가 특별한 일이라는 생각도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수를 하면 다 성공할까. 단순히 수능 성적이 오른다고 재수(혹은 반수)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냐는 것이다. 한 입시기관 조사에 따르면, 2~4등급대 학생이 재수를 하면, 수능 성적이 향상되는 인원은 50%가 채 안 된다고 한다. ‘성공적인 재수’란 고3 때 지원했던 곳보다 ‘레벨이 더 높은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다. 그럼 대체로 몇 %나 성공할까? 예전 통계이긴 하지만 교육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재수 성공 비율은 40% 내외라고 한다. 재수 유형별로 살펴보면, 재수는 약 40%, 반수는 24%만 성공했다.
결국 재수는 성적 향상 기회를 제공하지만 성공 비율은 50%가 채 못 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그런데 왜 자녀들은 생각보다 많이 재수(혹은 N수)를 희망할까. 투입되는 비용만 해도 연간 수천만 원이고 시간도 꼬박 1년을 투자해야 하는데 말이다.
혹자는 재수를 두고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100세 인생) 시대에 1, 2년 더 공부하는 건 문제없다”고 한다. 사실 비용 문제를 제외하면 문제 될 일이 없긴 하다. 다만 수험생 절반은 ‘헛수고’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질문을 던진 A씨 역시 욕심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자녀의 공부 패턴을 볼 때 성공 가능성이 적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 둘이 서로 충돌한다.
먼저, 현실적인 비용 문제부터 따져보자. 재수생 비용은 학원 수강료, 교재비, 생활비, 기타 추가 비용에 따라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평균 학원 수강료로 대형 입시 학원은 1년 기준 약 1,500만~2,500만 원이 들어간다. 종합반에서 공부할 경우 월 약 100만~250만 원이 필요하고, 독학 재수 학원은 월 50만~150만 원 정도다.
자녀가 집에서 독립해 공부할 경우, 월세와 식비 등으로 월 50만~100만 원 정도 필요하다. 기숙사나 학원에서 숙식하면 또 추가 비용이 든다. 여기에 교재비, 모의고사 응시료, 특강 비용, 건강 관리 등 비용을 포함하면 추가로 연간 100만~300만 원 정도를 더 잡아야 한다. 자습실, 스터디 카페 등을 이용하면 비용은 더 올라간다. 종합하면,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재수 비용으로 한 해에 2,000만~4,000만 원 정도 든다. 적지 않은 금액이기에 충분히 고민할 만한 부분이다.
둘째로 고려할 부분은 역시 실력 향상 여부다. 앞서 언급했듯 절반이 채 안 되는, 재수에 성공한 학생은 기본적으로 ‘성실성’과 ‘학업 기본기’를 모두 갖췄다. 냉정하게 자신의 자녀가 이런 유형에 해당하는 학생일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재수는 성장과 도전의 과정이다. 부모는 자녀를 지지하고 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자녀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학습 전략으로 재수 시간을 값지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A씨 아들이 재수를 결정했다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다시 한번 새기면 좋겠다.
재수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사회생활을 절제해야 한다.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이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모임, 취미, 이성 교제 등 주변에 휘둘릴 수 있는 유혹을 과감히 끊어야 한다.
둘째,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활용해야 한다. 재수생은 반복 학습과 자습 시간 확보에 유리하지만, 자유로운 생활이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철저한 규율 속에서 공부해야 한다. 스스로 지키기 어렵다면 학원이나 기숙사 등 반강제성을 띤 방법을 활용해도 좋다. 학습 시간 관리와 체계적인 계획만이 성공의 핵심이다. 하루를 시간 단위로 나누고 이를 오차 없이 실행하며 슬럼프 극복을 위한 동기를 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