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을 두고 반도체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첨단 반도체 투자의 성패가 '속도'에 달린 만큼 국회가 하루빨리 관련 지원법을 통과시키기를 바랐다.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의 뼈대는 △세제 지원 △금융 지원 △재정 지원 △인프라(관계 시설) 지원이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 공제 대상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장비 등을 포함하고 대기업 15%, 중소기업 25%인 세액 공제율도 5%포인트 더 높인다. 인력 양성 등에 재정 1조7,000억 원을 투입하고 중소 반도체 업체가 저금리로 투자금을 대출받게 정책 금융도 지원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은 우리 기업들이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지원책은 전력·용수 인프라 관련 내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은 주정부가 나서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력·용수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제안하는데 이제까지 우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적었다"며 "늦었지만 반가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용수 시설 투자금을 각 기업이 내야 했는데 이번에는 일부 비용을 국가나 한국전력·한국수자원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나눠 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한전, 수자원공사 등 관계 기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 협약식'을 열고 전력·용수공급 비용 분담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전선을 땅에 묻어 연결하는 지중화(地中化) 작업으로 공사하면 비용의 60%를 국가가 부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 인프라 지원안을 정부가 당장 시행하는 게 아니라 검토하는 건 이런 내용을 담은 '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특별법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법안 심사 중인데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로 규정 예외 적용' 포함 여부를 두고 여야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전력·용수 인프라 시설을 마련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허가 등 행정 절차와 공사 지역 주민 설득 등 민원 해결인데 이번 방안에 구체적 해결책이 담기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26일 열린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회 의원연구단체 '미래 국토인프라 혁신 포럼'과 '첨단산업 필수인프라 세미나'를 열고 조속한 법과 제도 정비를 정부에 요청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전력·용수 등 인프라 지원을 위한 (정부) 컨트롤타워 설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 책임 의무화 등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국 송전선로 공사가 최대 150개월씩 미뤄지면서 고육지책으로 나온 방안이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의 송전선 지중화 작업인데 송전탑 공사비의 10배가 든다"며 "한전이 공사비 60%를 지원해도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이 이전 공사비의 4배인 만큼 추가 지원도 검토해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