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원 광주시장 부인 수행 논란… 망신살 뻗친 광주시의회

입력
2024.12.02 15:00
운영위원장 부적절 처신 도마
기자들과 의원실서 음주 뒷말
"市의원이 시장 부인 수행 비서
전락했다"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여러모로 죄송합니다."

광주광역시의회가 요즘 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의회 운영을 책임지는 상임위원장이 각종 행사장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부인을 수행했다는 논란을 낳은 데 이어 의원실에서 기자들과 술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2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의회운영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지난달 25일 신수정 광주시의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어 A의회운영위원장의 부적절한 처신 등을 지적했다. 간담회 당시 의회운영위 시의원들은 A의회운영위원장이 의원들과 소통이 부족하고 집행부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행태를 보인 점, 내부 회의 내용을 외부로 전달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또 A의회운영위원장이 기자들과 의원실에서 몇 차례 술을 마신 사실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시의원들은 특히 A의회운영위원장이 각종 외부 행사 때 행사장에서 강 시장의 부인을 수행하는 듯한 행동을 한 걸 질타했다. 친강(親姜·강기정)계 시의원으로 알려진 A의회운영위원장이 최근 지역 축제나 시민 단체 행사 등에서 강 시장 부인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수차례 목격되면서 동료 시의원들 사이에서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의회운영위 소속 B시의원은 "A의회운영위원장이 강 시장 부인을 수행한 문제와 관련해서 처음엔 강 시장 부인과 함께 차량을 같이 탄 적은 있다고 했다가 나중엔 강 시장 부인을 수행한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C시의원도 "그동안 A의회운영위원장이 각종 행사 때 강 시장 부인을 수행한 걸 알면서도 시의원들이 문제 삼지 않고 조용히 넘어 갔던 게 사실"이라며 "결국 이런 점 등이 쌓이고 쌓여서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A의회운영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의회운영위 소속 시의원들에게 미숙한 의회운영위 운영 등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개선을 약속했지만 사퇴 요구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에 의회운영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A의회운영위원장이 사과를 어영부영했다", "A의회운영위원장이 아직 뭘 못했는지에 대한 인식을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의회운영위 소속 시의원들은 신 의장이 병가를 마치고 13일 출근하면 A의회운영위원장과 관련한 문제를 재논의키로 했다.

A의회운영위원장의 강 시장 부인 수행 논란이 불거지자 광주시의회 내부에선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광주시의원은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원이 시장 부인 수행 비서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A의회운영위원장은 이에 대해 "강 시장 부인과 집이 가까워서 외부 행사가 겹칠 때 몇 번 강 시장 부인을 내 차량에 태워 함께 행사장까지 이동한 적은 있지만 강 시장 부인을 수행한 적은 없다"며 "다만 내 행동이 강 시장 부인을 수행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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