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신축 비아파트 주택을 ‘무제한 매입’한다고 나서자 연립·다세대·단독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에서도 올해 매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상승세가 확연하다.
26일 LH에 따르면 올해 접수한 신축매입약정 물량은 22일까지 17만9,000호에 달한다. 신축매입약정은 건설사가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 주택을 건설하면 LH가 매입하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이다.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와 서민 주택 공급을 위한 매입임대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8·8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년까지 비아파트 11만 호를 매입하고 서울에서는 조건만 맞으면 신청하는 대로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설정한 약정 물량은 지난해 LH 약정 물량(3만1,000호)의 4배에 육박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만 5만 호는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17만 호 가운데 7만 호가 심의를 통과했다”며 “올해 5만 호 매입도 어렵지만 달성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LH 내부적으로 예상한 올해 매입 물량은 4만3,000호다. 이마저 지역본부별로 매물을 쥐어짜듯 일일이 검토한 결과다. 실제로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까지 매입한 신축매입약정 물량은 1,811호에 그친다. 약정 체결 후 주택을 건설하고 매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입량이 목표보다 크게 저조하다.
근본적 문제는 LH가 주택을 사들일수록 전체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LH 신축매입약정을 신청하고도 토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월별 연립·다세대 매매가격지수는 연초부터 횡보하다 5월(98.06)부터 지난달(98.94)까지 꾸준히 올랐다. LH는 4월에 매입임대사업을 위해 비아파트 매입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비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체감하고 있다. 신축매입약정 심의를 통과한 주택 사업이 막판에 무산되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 22일까지 신축매입약정 신청 6만8,000여 건이 심의를 통과했지만 성사된 계약은 1만233건에 그쳤다. LH 관계자는 “건설사가 신축매입약정을 신청하는 사이 빌라 주인들이 가격을 계속 올려 부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LH가 부족한 인력을 짜내 매입 전담 조직까지 신설했지만 약정 목표 달성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가 신축매입약정 매입 단가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현재 LH의 신축매입임대주택 호당 매입가는 2억5,000만 원 수준인 반면, 정부가 지원하는 단가는 평균 1억6,000만 원에 그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