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일론 머스크 리더십'

입력
2024.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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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 목표로 모든 방법론 연 머스크
기후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 인정한 것
한국도 국제 기후 테크 리더십 확립해야


일론 머스크는 ‘하루에 탄소 1톤에서 최대 10억 톤까지 감축할 기술'을 찾기 위해 총상금 1억 달러를 걸고 탄소 감축 기술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가 기술 분류에 매달려 있는 동안 머스크는 무슨 기술이든 또는 어떤 조합이든 상관없이 오로지 ‘탄소 감축’을 목표로 정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찾기 위해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에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2021~2025년까지 4년에 걸쳐 진행되는 이 게임의 결과가 궁금하다. 만약 엄청난 수준의 탄소 감축 솔루션이 탄생한다면 기후 위기는 일거에 해결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분명한 목표를 설정한 뒤 나머지는 어떤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머스크의 의지다. 이런 그의 도발적 행위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다.

그런 그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또 다른 기행을 펼쳤다. 기후 위기 솔루션 찾기에 나선 그가 어떻게 고탄소 산업을 옹호하는 트럼프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인지, 사람들은 매우 당황스러워했다. 실제로 공화, 민주 양쪽 지지자들의 비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그가 지금까지의 행보를 접고 고탄소 산업을 지지하는 것일까. 아마도 그건 아닐 것이다. 우선 실질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로 예상되는 반사이익을 받게 된다면 테슬라에 실익을 주게 된다. 그보다는 기후테크 육성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탄소산업을 저탄소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도하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다. 전 세계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기후테크를 간절히 원하는 상황이고, 시장도 저탄소 소비ㆍ가치 소비로 전환되고 있어 트럼프가 고탄소 산업을 지원한다고 해도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 우선주의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기후 산업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며, 이것을 머스크가 주도한다면 그는 또 다른 영웅으로 등극할지 모른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머스크 같은 혁신적인 기업가를 찾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낙인찍혀 있지만 여전히 개선의 기미는 안 보인다. 부처 간 권한 다툼과 경직된 정책이 혁신 기술의 등장을 방해하고 있다. 기후테크를 '탄소 감축에 기여하는 모든 기술'로 정의하는 유연함이 없다. 오히려 기술적 분류에만 집착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 융합과 창의적 접근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술이나 신재생에너지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솔루션이 규제 장벽에 막히는 것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탄소 감축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어떠한 형태의 접근도 가능하도록 열어둬야 한다.

특히, 한국은 다양한 산업과 우수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어 기후 산업을 선도할 잠재력이 크다. 또 고탄소 산업이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를 혁신적으로 전환할 기회도 충분하다. 머스크가 전 세계 기후테크 기업을 유인하기 위해 상금을 내건 것처럼, 한국도 기후테크 분야에서 글로벌 중심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나눠주기식 창업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임 체인저'를 육성할 정책을 도입해서 전 세계가 필요로 하는 혁신 기술을 빠르게 발굴하고 이를 산업화해야 한다. 또 정부는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세워 분산된 정책과 예산을 통합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대규모 기후테크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규제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기후 위기는 단순히 환경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다. 경제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글로벌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지금, 한국은 기후산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머스크 같은 전략적 행보를 한국에서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