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주자의 한국 공연은 서양 연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지만 이 피아니스트의 지난해 5월 첫 공연은 큰 호응을 얻었다. 부조니가 편곡한 바흐 '샤콘느',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 등 난곡을 화려한 테크닉으로 거침없이 연주하며 금호아트홀 연세를 쩌렁쩌렁하게 울린 주인공은 가메이 마사야(23).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임윤찬과 듀오 리사이틀을 열었고, 외모까지 닮아 '일본의 임윤찬'으로도 불리는 가메이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임윤찬과 닮았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그는 "2월 공연 때 우연히 의상도 비슷해 멀리서 보면 구별이 안 될 정도였고 친형제 같다는 말도 들었다"며 "조금 쑥스럽기도 했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가메이가 지난해 5월 리사이틀, 11월 실내악 협연에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 선다. '2025년 쇼팽 콩쿠르 도전'을 목표로 삼은 그가 다음 달 5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여는 리사이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은 쇼팽이다. 마주르카, 녹턴, 발라드 3번, 폴로네이즈 5·6·7번 등을 연주한다. 그는 "쇼팽은 늘 도전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는 작곡가"라며 "쇼팽의 음악은 감정을 깊이 탐구하게 하고 음악적 표현의 한계를 넓히게 한다"고 프로그램 구성 취지를 밝혔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용 장갑이 들어가지 않았을 정도로 손이 큰 가메이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에 재능을 보였지만 고교생이 돼서야 전공자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초등학교 때는 축구를 했고 중학교 때는 탁구부에서 활동했으며 공부도 꽤 잘했다"며 "항상 피아노를 좋아했지만 다양한 경험을 원했고 이런 경험이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중요하게 여긴 아버지는 (피아노 전공을) 반대했지만, 내 확고한 의지를 안 후 응원자가 돼주셨다"고 덧붙였다.
가메이는 임윤찬이 우승한 2022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 참가해 준결선까지 진출했고, 같은 해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이혁(24)과 공동우승하는 등 한국 연주자들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가메이는 "한국 피아니스트들은 테크닉이 탁월하고 음악적 표현과 곡 해석 완성도가 높다"며 "뛰어난 순간 집중력과 폭발력으로 연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 항상 큰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연주자들과 다양한 협연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며 "이혁과 협연할 기회가 생기면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