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원작의 드라마, 영화들이 꾸준히 대중을 만나고 있다. 만화 속 캐릭터들은 배우의 열연을 통해 실사로 구현되며 원작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중이다. 다만 웹툰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이 지나치게 많이 탄생한 탓에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진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디즈니+는 다음 달 4일 강풀 작가가 각본을 담당한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선보인다. 작품은 강풀 작가가 2011년 연재한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그는 지난해 웹툰 원작의 드라마 '무빙'을 성공시킨 이력이 있다. 시청률이 16%를 돌파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지난 17일 종영한 tvN '정년이' 역시 원작 만화가 존재한다. 몇몇 작품들이 굵직한 성과를 얻었거나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모든 웹툰 원작 작품들이 안방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종영한 채널A 드라마 '남과여'는 1화부터 12화까지 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막을 내린 KBS2 '환상연가'는 1화가 4.3%를 보였으나 이후 1, 2%대를 넘나들었다.
인기 웹툰이 더이상 '흥행 보증 수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네티즌에게 사랑받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는 점을 내세우기엔 이러한 종류의 드라마가 무척이나 많은 상황이다. 창작자들이 너도 나도 웹툰의 드라마화에 뛰어들다 보니 영상화될 만한 작품들은 이미 거의 다 안방극장을 찾았거나, 영상화를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너무 많은 상태다. 웬만한 괜찮은 작품은 이미 작품화가 된 상황이다. 10년 전의 작품이 영상화되기도 하는데 각색을 잘하지 않는다면 트렌디한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웹툰 원작 드라마 시장의 미래를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본지에 "웹툰은 스토리보드 형식으로 나와 있기 때문에 영상화에 적절했다. 그러나 웹툰 원작의 작품이 계속 나오다 보니 드라마가 담고 있는 삶에 대한 통찰 정도가 얕아졌다. 더불어 웹툰의 액션과 장르물 중심의 전개 등이 반복되면서 다소 식상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러한 종류의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산업이 커지면서 작가들이 이쪽에 많이 주목하게 됐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웹툰 드라마화의 가능성은 산업 동향과도 맞닿아 있다. 박 교수는 "네이버 웹툰이 나스닥 상장을 하며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생겼다. 카카오도 카카오대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장르, 스토리의 면에서 (드라마화를 위해) 채택되는 이야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영상화 시스템 자체가 사라진다고 보긴 어렵다. 포털들은 원천 소스를 확보했고,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들을 갖고 있다.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것은 빅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영상 제작사를 보유하고 있는 포털도 있다. 유통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둔 만큼 이제부터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 웹툰 회사 직원 역시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대부분의 좋은 작품이 영상화된 상황에서도 웹툰 원작 영상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괜찮은 작품이 없어도 하나의 IP를 활용해 여러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한 웹툰이 영상화되더라도 그 작품의 리메이크 또한 가능하지 않나. 더불어 그 수가 적더라도 좋은 웹툰은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애물은 있다. 최근 판타지 작품의 비중이 늘었는데 이러한 작품은 현대물에 비해 드라마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웹툰 원작의 드라마는 앞으로도 꾸준히 등장할 전망이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영상화 되는 작품의 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물의 드라마화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돼 더욱 폭넓은 장르를 질 높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면 식상함의 문제에서도 멀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