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그 가족을 둘러싼 ‘당원 게시판 논란’이 친윤석열계와 친한동훈계의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친윤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큰 민주사범은 여론조작”(강승규 의원)이라고 직격했고, 친한계는 “물불 가리지 않고 ‘한동훈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일군의 집단이 실재한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고 맞받았다. 한 대표가 명쾌한 해명을 내 놓지 못하면서 논란은 증폭되고 당의 분열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친윤계는 ‘총공세’에 나섰다. 대통령실 홍보수석을 지낸 김은혜 의원은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가) 손쉬운 확인을 회피하며 명색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2주 넘게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매사 똑 부러진 한 대표는 어디로 갔나”라고 비판했다. “밝힐 수 없는 것인지, 밝힐 자신이 없는 것인지, 당원과 국민에겐 간단한 일이 왜 당대표 앞에서는 어려운 일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당 차원의 명확한 감사 절차와 수사 의뢰를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당무감사를 촉구했다. “가족들에게 물어보면 될 일인데 왜 수사를 기다리자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김기현 의원) “한 대표가 ‘내부 분란을 일으킬 필요 없다’고 하는데, 지금 당원 게시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김재원 최고위원)며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친한계는 ‘문제 될 것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근 한 대표와 가족 이름으로 작성된 총 1,068건의 게시물을 전수조사한 뒤 ‘김건희 여사 개목줄’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물은 한 대표 '동명이인'이 올린 12건에 그친다고 결론 내렸다. 한 대표 가족 이름으로 907건의 글이 올라왔지만 △사설·신문 기사 게재 △김경수 복권 반대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 촉구 등 정치적인 견해를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설사 가족이 글을 올렸다고 해도 해당(害黨) 행위는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친한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문제의 글 1,068개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이번 주 중 고발 조치가 이뤄지면, 도대체 누가, 왜 말도 안 되는 건을 침소봉대해 ‘한동훈 죽이기’에 나섰는지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여름 전당대회 당시 이른바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도 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이 한 대표를 겨냥한 정치 공세라는 주장이다.
당 안팎에서는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여전하다. 특히 한 대표는 “건건이 대응하지 않겠다”(21일) “어제 충분히 말씀드렸고, 그걸로 갈음해달라”(22일)면서 침묵을 지켰다. 23, 24일 SNS에 연평도 포격 14주기,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이슈를 올리면서도 당원 게시판은 쏙 뺐다.
‘익명성’이 보장돼야 하는 게시판 글에 대해 ‘색출 소동’을 벌이는 건 부적절하다는 게 한 대표 측 입장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껏 발언하던’ 한 대표의 이미지와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앞서 한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청담동 술자리 의혹 제기에 "직을 걸겠다"고 초강수를 뒀고, 살아 있는 권력인 윤 대통령을 겨냥해 '김건희 리스크 해소'와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정체 상태다. 22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8%로 더불어민주당(34%)에 6%포인트 뒤졌다. 여당 내부 총질이 난무하면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의 반사이익을 날려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는 '한 대표 흔들기'가 계속될 수 있다"며 "한 대표도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