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2기 행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할 재무부 장관으로 헤지펀드사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62)를 지명했다. 베센트는 월가에서 경력을 쌓은 투자자로, 최근 트럼프 당선자의 대선 유세를 지원하며 그의 고관세 정책 등을 지지해 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베센트를 제79대 미 재무장관으로 지명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베센트는 세계 최고의 국제 투자자이자 지정학 및 경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널리 존경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베센트는 오랫동안 '미국 우선주의 의제'를 강력히 지지해왔다"며 "위대한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그는 내가 세계 최고의 경제, 혁신과 기업가 정신의 중심지, 자본의 목적지로서 미국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 달러를 세계 기축 통화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황금기를 여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베센트는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불공정 무역 불균형을 막고, 특히 다가오는 세계 에너지 시장 지배를 통해 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의 정책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센트는 헤지펀드 대부이자 민주당 고액 기부자인 조지 소로스의 '오른팔'로 월가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1991~2000년 소로스펀드에서 근무했고, 퇴사했다가 2011년 돌아와 소로스펀드 최고정보책임자(CIO)로 2015년까지 재직했다. 이후 소로스에게 20억 달러를 투자받고 키스퀘어그룹 운영을 위해 회사를 떠났다.
베센트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당선자의 핵심 경제 고문으로 활동해 왔다. 선거 유세에도 자주 동행했으며, 트럼프 당선자를 위한 모금 행사를 잇따라 주최해 선거 자금 모금에 큰 활약을 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의 보좌진에 따르면, 그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할 경우 주식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공개적 예측으로 트럼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인선에서 '충성심'을 가장 중요시하는 트럼프 당선자의 기준에도 부합하는 셈이다.
재무부는 미국 행정부 내 최고위 경제 정책 부처다. 세금, 국가부채, 금융 규제, 제재 통제, 경제 외교 등 경제 전반에 있어 막대한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했던 보편적 관세 공약 실행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월가 등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관세가 무역 전쟁을 촉발해 소비자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결국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굳건한 지지를 보냈다.
베센트는 당초부터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은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최고경영자(CEO)와 더불어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다. 트럼프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급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러트닉을 노골적으로 밀면서 베센트를 두고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다만 '속전속결 인선'을 해온 트럼프 당선자는 경제정책을 총괄할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는 오래 고심해 왔다. 최근에는 이 두 사람에 더해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와 월스트리트 억만장자 마크 로완까지 후보군을 넓히면서 재무장관 인선을 원점 재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후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20일 러트닉을 상무장관에 낙점했고, 이날 결국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베센트는 남성 배우자를 둔 동성애자이기도 하다.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베센트는 전 검사인 존 프리먼과 결혼했고 두 자녀를 뒀다"며 "베센트는 (인준된다면) 최초의 공개적인 게이(남성 동성애자) 재무장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