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대로 스텝이 꼬였다. 연일 '쇄신과 민생' 메시지를 내고 있지만 영 힘이 실리지 않는다. 시선은 온통 당원 게시판으로 향해 있다. 한 대표가 똑부러지게 해명하지 않아 논란은 커지고 여권의 분열을 자초한다는 비판 또한 적지 않다.
한 대표는 22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김영삼 정신에 맞게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에서 “커진 불확실성에 당면해서 당정이 민생 경제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논의를 통해서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고 상황을 개선할 방안을 만들겠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과 서민·취약계층 대상 금융 안전망 강화를 약속했다. 쇄신과 민생 행보로 이재명 더불어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만 기대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당원 게시판 논란에 빛이 바랬다. 메시지의 주목도는 떨어지고 한 대표를 향한 의구심만 커지는 모양새다. 한 대표 가족 명의로 당원 게시판에 윤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글이 다수 올라온 것을 놓고 친윤석열(친윤)계는 작성자가 한 대표의 가족이 맞는지 당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 하지만 한 대표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이날 취재진 질문에 "그 이슈는 어제 충분히 말씀 드렸다"고 여전히 말을 아꼈다.
친윤계는 쇄신을 강조해온 한 대표를 향해 "본인 논란부터 해소하라"고 역공을 폈다. 민생 문제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시선 돌리기'라고 의심한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당원 게시판 문제 제기로) ‘내부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자꾸 말하는데 지금 당원 게시판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친한동훈(친한)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MBC 인터뷰에서 “그분들(친윤계)은 결국 한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려고 지금 마음먹고 달려들고 있다”며 “(한 대표가) 어떤 답변을 내놓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이슈를 끝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윤계의 목적이 한 대표 흔들기에 있는 만큼 진상 규명 요구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또 다른 친한계 인사는 본보에 "윤 대통령에게 가족 문제의 공사 구분을 요구하고, 법 논리보다 국민 눈높이를 앞세운 것은 한 대표 아니었느냐"며 "이중잣대로 비칠 수 있는 만큼 '빨리 털고 가자'는 조언이 한 대표에게 여러 방면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당원 게시판 논란은 한 대표 가족과 무관하고,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한 대표가 되치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