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코인) 양도차익 과세를 유예하겠다는 정부·여당에 동조 기류를 나타냈다. 이 대표는 최근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실제로 추적 가능하냐”고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코인 과세를 2년간 유예하기로 확정했는데, 주된 근거가 바로 ‘거래 추적의 어려움’이다.
아직 민주당은 코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되, 공제 한도를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근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는 원칙을 무너뜨렸다. 국민의힘이 여론을 등에 엎고 “금투세도 폐지하는데, 코인 과세는 고집할 이유가 무언가”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대표가 앞장서 방향선회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 대표가 감세에서만큼은 코드가 맞는다. 그러는 사이 재정건전성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56조4,000억 원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 원에 가까운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역대 최대인 201조 원 규모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여기에 내년 경제성장률이 자칫 1%대로 추락할 위험성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를 고수해 왔고, 추경 편성에도 부정적이었다. 이런 기조에 변화 조짐을 보일 만큼 내년 경제 상황이 어두운 것이다.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적극 재정 정책을 펴 추락의 폭을 낮추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추경을 한다면 재원도 국채 발행으로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중장기 재정에 추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야 대표가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감세 정책을 잇달아 추진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또 코인 과세는 실물 경제에도 충격이 거의 없고, 이미 시행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는 점에서 또다시 유예하면 조세정책 일관성도 훼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