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소년 가운데 평소 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비율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늘어 관련 조사가 이뤄진 20년 사이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우울감을 겪는다는 학생 비율도 도로 늘어났다. 아침식사 결식률은 20년간 1.5배 늘었고,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조사 항목이 생긴 2009년 이래 2배 이상 늘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은 22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청소년 건강증진 정책 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2005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조사로, 올해는 6월 10일부터 7월 12일까지 중고교 학생 6만 명을 온라인상에서 설문조사했다. 전국 800개 학교에서 학년별 한 학급씩(총 2,400학급)을 선정해 그 반 학생들에게 흡연·음주, 신체활동, 식생활, 정신건강 등 106개 항목을 질문하는 방식이었다.
올해는 조사 20주년을 맞아 주요 청소년 건강 지표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음주·흡연 지표는 개선됐다. 조사일 기준 최근 30일간 하루 이상 흡연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현재 흡연율'은 올해 3.6%(남 4.8%, 여 2.4%)로, 2005년 첫 조사의 11.8%(남 14.3%, 여 8.9%) 대비 3분의 1로 떨어졌다. 최근 한 달간 술을 한 잔 이상 마신 사람의 비율인 '현재 음주율'도 2005년 27.0%에서 올해는 9.7%(남 11.8%·여 7.5%)로 내렸다.
반면 청소년 식습관은 악화됐다. 아침을 굶는 학생은 20년 사이 1.5배로 늘었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의 비율인 '아침식사 결식률'이 2005년 27.1%(남 26.4%·여 28.0%)에서 올해 42.4%(남 40.2%·여 44.7%)로 늘어난 것이다. 중고교생 10명 중 4명꼴로 공복인 채로 오전 수업을 듣는 셈이다. 특히 여학생 결식률의 지난해 대비 증가폭(2.1%포인트)이 남학생(0.5%포인트)보다 두드러졌다.
주 3회 이상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먹는 비율은 남학생이 31.2%, 여학생이 26.5%로 각각 지난해보다 2.0%포인트, 2.1%포인트 늘었다. 조사 학생 전체로는 28.9%로, 해당 항목이 조사에 포함된 2009년(12.1%)보다 두 배 이상 치솟았다. 학생 10명 중 6명(64.4%)은 탄산음료나 단맛 나는 음료를 주 3회 이상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정신건강도 악화됐다.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인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지난해(37.3%)보다 5%포인트 올랐다. 조사 이래 전년 대비 상승률로 최고치다. 특히 여학생은 5.7%포인트(남학생 4.4%포인트)나 올랐다. 최근 1년간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인 '청소년 우울감' 경험률도 27.7%로 전년(26.0%)보다 1.7%포인트 올랐다. 이 비율 역시 여학생(32.5%)이 남학생(23.1%)보다 높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식생활과 정신건강 측면에서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며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개선이 필요한 건강지표 보완을 위한 세부 방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