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자세를 한껏 낮췄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당시 당력을 총동원해 '무죄 방탄전'을 펼쳤던 것이 오히려 사법부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냈다는 판단에 따라 방향을 선회했다.
이 대표부터 발언 수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22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사법부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선을 그었다. 25일 선고를 앞두고 강경파 의원들과 지지층을 중심으로 사법부를 비판하는 발언이 이어지자 직접 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가 15일 판결 이후 사법부를 향해 메시지를 낸 것은 처음이다.
검찰을 향한 비판과 대조적으로 사법부는 추켜세웠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무도한 검찰들이 저를 허무맹랑한 사건으로 기소했지만 사필귀정으로 제자리를 찾아준 것이 사법부"라며 "진실에 따라 인권과 민주주의가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법관과 사법부에 감사와 존중을 전한다. 저는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관은 독립돼 있고 법관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도 했다. 향후 이어지는 선거법 항소심 및 나머지 재판에서도 사법부가 독립적 판단을 지켜달라는 당부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도 의원들이 재판정 앞에 집결하지 못하도록 '서초동 자제령'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표실 관계자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대표는 자제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원들이 언행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앞서 최민희 의원은 비명(비이재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여버리겠다"는 극언으로 거센 비판을 자초했다.
23일 광화문 도심에서 열리는 장외집회도 수위를 누그러뜨리려 애썼다. 민주당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이재명 방탄 집회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 시민사회 주도로 바꿨다. 이 대표는 행사에서 마이크를 잡지 않기로 했다. 의원들은 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 점퍼도 착용하지 말고 깃발도 들지 말라는 '파랑 금지령'이 내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도 성향 일반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신중모드'에도 강경파 의원들과 강성 지지 세력들은 이 대표 엄호에 목소리를 높이며 엇박자를 냈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국회에서 이 대표 판결 관련 사법부를 규탄하는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 대표 선고 결과는 '사법카르텔'의 대표 사례"라고 사법부를 정조준했다. 참석한 김용민 의원은 "현재 사법부는 국민주권을 견제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혁신회의는 25일 재판 당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정치검찰의 부당한 기소 규탄' 집회를 열고 세과시에 나선다. 혁신회의 관계자는 "15일보다 더 많은 인원이 전국에서 결집해 최대 2,000명이 모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들은 앞서 '사법부 압박' 논란에 아랑곳없이 110만 명이 서명한 이재명 무죄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며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