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미화 교과서' 채택 논란 문명고 "정치 공세 법적 대응"

입력
2024.11.22 08:30
검정 통과한 9종 중 전국 유일 선정
진보 시민단체·학부모 철회 요구에
학교장 "교과서 선정은 교권의 핵심"

친일·독재 정권 미화 논란이 불거진 역사 교과서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채택한 경북 경산의 문명고가 "교과서 선정은 교권의 핵심이며, 외부의 정치 공세에 대해 민·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진보 시민단체는 문명고를 상대로 교과서 채택 중단 시위를 벌여왔다.

임준희 문명고 교장은 21일 대신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은 정치꾼들의 이념 공세에 시달리거나 영향을 받지 않고 오로지 교육자의 양심에 따라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는 "학교가 (교육부) 검정을 받은 9종의 교과서 중 어느 것을 채택할 것인지와 관련해 선정 매뉴얼에 따라 진행했다"며 절차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문명고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새 교육과정(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한국사 1·2 교과서로 한국학력평가원 출판본을 선정했다. 교육부 검정교과서 심사를 통과한 9종 중 하나인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축소해 다루고, 이승만 정권에 대해서는 '독재'가 아닌 '집권 연장'으로 표현하는 등 친일·독재를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임 교장은 "검정을 통과했다는 것은 검정 기준에 적합했다는 뜻"이라며 "국가 전문가보다도 더 전문적으로 학교에서 심의, 판단할 수 있는 학교는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지역 시민단체, 문명고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 교과서 채택 대응 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육 시도를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또 "문명고가 채택한 교과서는 연도, 단체명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관해서도 338건의 오류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임 교장은 "실제로 오류가 있다면 수업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게 하겠다"고 반박했다.

문명고는 2017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던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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