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신생기업(스타트업)의 투자 유치와 증시 상장이 모두 위축됐다. 전세계적 경제 위기로 내년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싼 전망 또한 좋지 않다.
스타트업 지원 단체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21일 서울 테헤란로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오픈서베이와 함께 조사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4'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근무자, 벤처투자업체 종사자, 대기업 재직자, 취업준비생 등 1,050명을 대상으로 9월 13일부터 2주간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전년 대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 48.4%, 투자자 53.5%는 투자 유치와 집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창업자나 투자자 모두 벤처투자사(VC)들의 미온적 투자 및 지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및 투자사들이 기대하는 증시 상장도 줄었다. 투자 뿐 아니라 창업가 및 투자사, 주식매수 선택권(스톡옵션) 등을 받은 스타트업 직원들이 원하는 보상에 대한 기대도 함께 위축됐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육성업체 블루포인트의 이용관 대표는 발표 후 열린 토론회에서 "평균 1년에 100개 정도의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는데 올해 상반기는 39개로 예년보다 많이 줄었다"며 "스타트업의 혁신성과 폭발성을 검증하지 못하다 보니 증시 상장에 대한 기대 역시 상당히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투자사들이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든다. 이 대표는 "투자사들이 증시 상장을 하지 못해 투자금 회수가 안되면 다른 스타트업에 재투자를 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렇다 보니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싼 내년 전망도 부정적이다. 창업자의 82.4%, 투자자의 66.5%는 경제 위기와 악화된 경제 상황을 이유로 내년 전망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거나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실력 있는 기업들은 시장을 찾아 해외로 나가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지원금에 의존해 버티는 양극화가 진행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창업 및 이직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대기업 재직자 가운데 스타트업 창업을 고려하는 비율은 50.5%로 전년보다 2.3% 줄었고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것에 대해 81.2%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준비생과 스타트업 재직자 가운데 창업을 고려하는 비율은 각각 46%, 47.5%로 전년 대비 각 0.5%, 0.3% 증가에 그쳤다. 낮은 재정적 보상과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복지 등이 스타트업 창업 및 이직 선호도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가운데 3분의 1이 AI 기업이었다. 특히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AI를 의미하는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토론회에 참석한 AI스타트업 코르카의 정영현 대표는 "AI 에이전트 세상이 올 것으로 생각해 지난해부터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전문 AI 에이전트별로 시장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타트업이 선호하는 지원 기관 및 업체로 서울시의 서울창업허브, 블루포인트, 알토스벤처스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카카오벤처스 등이 꼽혔다. 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과 가장 일하고 싶은 스타트업으로 토스, 당근마켓, 우아한형제들, 카카오가 각각 1~4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