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에 앞서 처벌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21일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려는 아부성 법안"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이런 법 개정 시도를 지적하며 "이 대표의 판결 결과를 민주당이 국회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판사 출신인 박희승 민주당 의원은 14, 15일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를 없애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벌금형 기준을 현행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이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이 대표는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아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10년 박탈을 피할 수 있게 된다.
한 대표는 이에 "허위사실 유포죄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난 이 대표의 범죄는 아예 면소 판결로 사라지는 것, 이게 그 법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박 의원이 개정안의 시행 시점을 '공포 후 3개월 이후'로 비교적 빠르게 설정한 점도 '이 대표 구하기'의 정황이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최고위원도 "꼼수 입법"이라며 한 대표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최선"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반성적 고려에 의해 처벌 규정에 대한 개정 논의만 있어도 법원에서는 이를 유리한 양형 사유로 참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이 대표를 위한 꼼수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판사 시절부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국회의원이 되자 마자 개정안을 준비해 최근 발의한 것"이라며 이 대표 재판 일정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에서 "선거법에 불합리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도 많이 제출이 됐었고, 당연히 22대 국회에서도 제출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 서면 축사에서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 식의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갖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21대 국회에서는 이수진(당시 서울 동작을) 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와 관련해 당선 무효형 속출을 막겠다며 벌금 하한액을 없애자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