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혼외자 행세를 하며 각종 사기를 일삼고,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조카를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청조(28)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에선 별도로 진행된 두 개 사건이 병합되면서, 항소심의 선고형은 다소 가벼워졌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21일 징역 13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범죄 예방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건강을 이유로 석방됐던 경호팀장 이모(27)씨에겐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전씨는 유명인 사칭·허위 경호 동원· 성별 가장· 자발적 언론 노출 등 일반인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특유의 기망 수단을 동원했다"며 "사회와 언론의 부정적 반응은 피고인의 행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고, 불우한 어린시절 등은 범행을 정당화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꾸짖었다.
전씨는 지난해 3~10월 재벌가 그룹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강연 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35명에게 투자금 약 3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자신의 성별을 속이기 위해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되는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필요에 따라 전씨는 다시 여성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남성 4명에게 혼인 및 교제를 빙자해 돈을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전씨를 여성 승마선수라고 생각한 피해자들이 대회 참가비 등 명목으로 뜯긴 돈은 약 2억3,300만 원에 달했다.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남씨의 중학생 조카를 때린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8월 경기 성남시 소재 남씨 모친의 집에서 1m 길이 어린이 골프채 손잡이 부분으로 피해자를 10여 차례 때렸다. 용돈을 요구하는 남씨 조카에게 "친구가 없게 해주겠다" 등 협박을 하기도 했다.
검찰의 분리 기소로 30억7,800만 원 상당의 사기 범죄와 관련해 우선 심리한 1심 법원은 올해 2월 전씨에게 양형기준을 넘는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수행비서 행세를 하며 전씨에게 계좌를 빌려주는 방식 등으로 범행을 도운 혐의(사기 방조)로 기소된 이씨에겐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이후 아동학대 등 혐의로 징역 4년이 추가된 전씨가 재판 병합을 신청하면서 2심에선 두 사건이 함께 심리됐다. 전씨는 범행을 자백하면서도 "양형기준을 벗어난 1심 형은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고, 이씨는 자신 역시 심리적 지배를 당한 피해자에 불과하다며 방조의 고의가 없었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두 사람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전씨는 누범 기간 중 범행을 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자력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다만 병합 심리 영향으로, 1심(12+4년)보다 가벼운 13년형이 부과됐다. 이씨는 인정된 방조 기간이 3개월 더 늘면서 1심보다 형이 무거워졌다.
전씨는 지난해 8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씨의 15세 연하 재벌 남자친구'로 소개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기 이력이 폭로되면서 정체가 탄로났다. 남씨는 공모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체육회는 9월 펜싱선수로서 남씨의 자격정지 7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