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게시판 논란 수렁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러 차례 해명을 내놓기는 했지만, 논란의 핵심인 '가족 개입' 여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친윤석열계는 이를 틈타 이번 논란을 제2의 드루킹 사건으로 규정하며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한순간 가라앉았던 당내 갈등이 다시금 고조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원게시판 논란에 대해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하게 수사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판단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그러나 가족이 연루됐는지 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 아니라고 말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원 신분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는가"라며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다 얘기해줘야 하는가"라고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작성자가 한 대표의 부인이라고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아까 말한 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답했다.
당 지도부도 난색만 표하고 있다. 친한동훈계인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헌당규상 일반당원은 당무감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한 대표 가족들은 공인이 아닌 사인인데 어떤 사람이 뭘 썼는지 뒤져볼 수 있겠는가"라고 선을 그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앞서 13일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유튜버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던 주진우 당 법률자문위원장은 이날 고발장 제출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선고 이후 민주당이 조직적인 사법 방해 행위뿐만 아니라 방탄 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슈를 분산할 때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당 안팎으론 한 대표의 개운치 않은 해명이 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윤계인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당원게시판 논란을 '한 가족 드루킹 사건'이라고 규정하고는 "가족 한 명이 다른 가족의 명의를 차용해 여론조작 작업을 벌였단 게 핵심"이라며 "여론조작 행위를 묵인하는 것이 드루킹과 뭐가 다른가"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은 한 대표의 가족과 동명의 당원들이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을 다수 게재했다는 게 확인되며 촉발됐다. 당 일각에선 한 대표 가족을 작성자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