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김정은 9월 방문 우라늄 농축시설은 강선 미신고 단지"

입력
2024.11.21 16:07
사무총장 "영변도 계속 가동... 심각한 우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강선 탓 결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 방문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이 평양 인근의 강선 단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 방문 직후 이 시설이 "강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모두발언에서 북한이 공개한 김 위원장 방문 사진을 분석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에 담긴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 및 인프라가 강선 단지 본관과 신설된 별관의 구조, 시설 배치 등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IAEA는 앞서 영변 핵시설의 경수로가 시운전 과정에 있으며 HEU 시설 가동 징후 또한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미신고 농축 시설의 공개와 영변 경수로 시운전을 포함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지속 및 추가 개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신고 시설인 강선 단지의 우라늄 농축 규모는 영변 핵시설의 최소 2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강선과 연변에만 HEU 생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1만~1만2,000개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통상 원심분리기 2,000개에서 연간 40㎏의 HEU를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이 매년 200~240㎏의 HEU를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강선 단지의 존재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는 회담이 합의문을 내지 못하고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영변 외에 다른 장소에서도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전격 공개하며 “미국이 알고 있었다는 데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2020년 9월 출간된 밥 우드워드의 저서 '격노'(Rage)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해체 대가로 대북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자 “1~4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5개는 도움이 된다”며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5개 핵시설에는 강선 단지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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