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핵무기 사용 위협 수위를 높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소를 겨냥한 공격 또한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 수요가 치솟는 겨울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하면서 원전 안전에 핵심적인 시설도 함께 공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전 참사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가동 원전 3곳에서 기술 조사를 한 결과 "러시아군 공습 탓에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자포리자·리우네·흐멜니츠키·남우크라이나 원전 4곳을 운영했지만,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자포리자 영토를 빼앗긴 뒤에는 원전 3곳만 가동하고 있다.
그린피스가 언급한 '러시아군 공습'은 지난 17일 단행됐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 미사일 약 120기와 무인기(드론) 약 90대로 공습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원전 3곳 모두 발전소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그린피스 조사 결과다. 그린피스는 "러시아군이 원전을 직접 타격하지는 않았으나 변전소를 공격함으로써 발전소 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변전소 공격이 자칫 극단적인 원전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력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 원전 냉각 시스템이 멈춰 핵연료봉이 녹는 노심 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탓에 우크라이나 원전은 비상 발전기 등 추가 안전 시설을 구비하고 있지만, 발전기 가동 기간은 7~10일에 불과하다. 그린피스는 "방사능이 누출되면 풍향에 따라 유럽 대부분 지역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7일 러시아군 공습에 따른 우크라이나 원전 안전 우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제기했다. IAEA 또한 자체 조사 결과 원전 3곳과 연결된 주요 전력망이 끊겨 가동 원자로 9개 중 최대 출력을 낼 수 있는 원자로가 단 2개만 남았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러시아 관리들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실제 '전쟁 승리 지렛대'로 사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 정부는 이달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의에서 "러시아 정부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목표물 5개만 타격하면 전력 공급량 75%를 마비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력 3분의 2를 담당하는 원전을 겨냥한 것이라고 영국 외무부는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