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유산을 가로챘다는 망상에 빠져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 아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낮은 징역 3년이 선고됐다. 1심에서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된 바 있다.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 정성욱)는 20일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7)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재범 위험이 예상된다는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검찰이 청구한 치료감호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 형은 다소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27일 오전 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자택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에게 "아빠가 죽었을 때 받은 상속금 10억 원을 내놔라"며 흉기로 머리를 수 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는다. 어머니는 "아빠는 안 죽었고, 10억 원을 받은 것도 없다"고 했지만, 범행을 말리던 여동생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혔다.
A씨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가로챘다는 망상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행 전 인터넷에서 재산상속과 유산 상속 비율 등을 검색하고 대형마트에서 둔기를 미리 구입했다. 그러나 정작 A씨의 아버지는 실제 사망하지 않았고, 지난해 11월 어머니와 이혼한 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측은 “폭행은 인정하지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죄명 변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도구와 방법 등에 비춰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받아 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