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남숙의 단편소설 ‘파주’에서는 주인공 ‘나’와 경기 파주에서 동거하는 남자친구 ‘정호’ 앞에 ‘현철’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군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면서 제대 후 3년 만에 갑자기 나타나 “나도 이제 괴롭히겠다고요, 이제야”라는 현철에게 정호는 오히려 따지듯 묻습니다. “뭘 어떻게 복수를 하겠다는 거냐고. 무릎이라도 꿇을까? 이제 와서?”
현철은 “딱 일 년 치만 복수를 하겠다”라면서 “열두 달 동안 달마다, 많이도 아니고 딱 백만 원씩만 보내라고. 그러면 딱 열두 달 뒤에 사라져 주겠다”라는 조건을 걸죠. 정호는 현철을 비웃으며 “제대로 사과하고 끝내라”라는 나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철이 얻어맞은 사진과 의사의 소견서 등을 그의 직장에 퍼트리겠다 압박하자 정호는 결국 돈을 보냅니다.
‘가해자’ 정호 입장에서는 “그때는 괴롭히는 축에도 못 끼”는 “그냥 그 정도”의 일이지만 ‘피해자’ 현철에게는 “그 생각에 묶여서 시간이 안 가”는, 그의 인생 전체를 뒤흔들어버린 사건. 사과하겠다는 정호에게 “정확히 뭐가 미안하냐고” 물었으나 답이 돌아오지 않자, 현철은 외칩니다.
마지막 두 달 치를 면하게 해달라는 정호의 부탁을 받고 현철을 만나러 간 나에게 그는 “그 방법이 비열해 보”여도 “그렇게라도 보상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현철의 ‘시시한 복수’는 그의 말대로 1년이 지나자 멈추고, 나와 정호는 파주에서 일산으로 이사합니다. ‘적절한’ 복수는 과연 누가 정하는 걸까요. 현철은 그래서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