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또다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탄탄함을 확인시켰다. 그러나 그야말로 폭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매출 성장세는 둔화했다. 더 큰 매출 성장을 기대했던 시장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는 못하면서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는 20일(현지시간) 8~10월(자체 회계연도 3분기) 매출이 350억8,000만 달러(약 49조1,190억 원), 주당 순이익은 0.81달러(약 1,134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앞서 시장조사업체 LSEG가 종합한 월가 예상치 331억6,000만 달러를 웃돌았고,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0.75달러)를 상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매출이 94% 증가했고, 순이익은 193억 달러로 106% 급증했다.
엔비디아는 다음 분기(11~1월) 매출을 약 375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370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3분기 호실적은 AI 칩의 강한 수요가 이끌었다. AI 칩을 포함하는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308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288억2,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AI 열풍이 아직 진행형임을 시사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매출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3분기 실적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매출이 계속 늘고 있기는 하나, AI 열풍 초기와 비교하면 증가율이 감소하고 있다. 이날 엔비디아가 밝힌 수치를 바탕으로 보면 4분기 매출은 3분기 대비 6.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2분기 대비 3분기 매출이 16.7% 늘었던 것보다는 완만한 성장이다. 전년 대비 수치로 봐도 1분기 매출은 262%, 2분기는 122% 급증했으나, 3분기 증가율은 94%로 100%를 넘지 못했다. 전망대로라면 4분기 매출 증가율은 3분기보다도 낮은 69.6%에 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약 1.98% 하락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엔비디아의 AI 칩 수요가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은 매출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언 디트릭 카슨그룹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엔비디아의 엄청난 실적 상승에 익숙해졌다"며 "그러나 이제 그런(엄청난) 성과를 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날 차세대 AI 칩 '블랙웰'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블랙웰이 이미 모든 주요 파트너의 손에 들어갔으며, (블랙웰을 이용한) 데이터센터 구축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코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는 "2026년까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웰은 현재 가장 수요가 많은 엔비디아의 AI 칩 '호퍼'보다 판매가가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테크업계에서는 블랙웰이 서버 랙과 결합되는 과정에서 과열되는 문제를 보여 출하 시기가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 엔비디아 계획대로 차질 없이 공급될 경우 매출이 예상보다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