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의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채택이 불발됐다. 이스라엘에 동조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국이 “인질 석방과 결부되지 않았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중동 상황 의제로 회의를 열어 한국 등 10개 선출직 이사국(E10)이 제안한 가자 전쟁 휴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결의안은 모든 당사자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영구적인 휴전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모든 인질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 요구를 재차 강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았다. 기권국은 없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하고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휴전 결의의 인질 석방 요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거부권 행사 뒤 “지속될 수 있는 전쟁 종식은 인질 석방과 함께 이뤄져야 하고, 두 목표는 불가분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이 이를 무시해 지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 앞선 회견에서 이번 결의안이 하마스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누가 인질과 함께 섰고, 누가 그들을 버렸는지 역사는 기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휴전 결의안에 찬성한 나머지 이사국들은 유감을 표시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 대사는 “가자지구에 여전히 프랑스인 인질 2명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인질 석방 요구를 만들어 내지 못해 깊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무력 충돌 속에서 인도주의적 노력은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없다”고 했다. 회의 종료 뒤 E10 이사국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결의안 채택 불발에 “깊이 실망했다”고 밝혔다.
가자 전쟁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촉발돼 13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가자 보건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구 내 사망자 수는 4만3,000명을 웃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