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991년 아프리카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소말릴란드를 공식 국가로 인정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소말릴란드는 홍해 관문인 ‘아프리카의 뿔’ 지역 소국으로,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의 위협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받는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게이빈 윌리엄슨 전 영국 국방장관이 최근 트럼프 당선자 측과 만나 소말릴란드의 독립국 지위 인정 문제를 논의했다. 트럼프 측은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앞서 1기 집권 때도 소말릴란드의 독립국 지위 부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1기 임기 말에는 소말릴란드 독립을 반대하는 소말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 대선 패배 후 취임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철회하면서 트럼프의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다.
인디펜던트는 소말릴란드가 미국의 독립국 인정을 대가로 미국 등 서방국가가 소말릴란드 내 베르베라항구를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정정 불안에 시달리는 소말리아 대신 소말릴란드를 홍해 지역 안보를 지키는 교두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말리아는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설립을 목표로 반기를 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알샤바브와 30년째 내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거듭된 지원에도 소말리아 정권이 알샤바브를 근절하지 못하면서 소말리아가 국제 해적과 테러의 중심지로 전락하는 등 불신이 쌓였다. 최근 예멘 후티 반군이 알샤바브 측과 무기 제공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반미·반이스라엘 ‘저항의 축’을 아프리카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심각한 안보 위협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소말릴란드를 공식 국가로 인정할 경우 이에 반대하는 영국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영국은 1960년대까지 소말릴란드를 보호령으로 다스렸다.
트럼프는 영국이 지난달 아프리카의 마지막 식민지 차고스제도를 내년 1월 모리셔스에 반환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도 취임 후 비토권 행사를 추진하는 등 대외정책을 두고 영국과 거듭 충돌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인도양에 있는 차고스제도 디에고가르시아섬의 미·영 합동 공군 기지를 거점으로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디에고가르시아섬은 반환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트럼프 측은 안보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는 최근 “영국이 차고스에 대한 통제권을 모리셔스에 넘긴다면 중국이 그로 인한 공백을 이용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공개 비판했다. 국무장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도 "중국이 모리셔스에 있는 우리 해군 지원 시설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