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압 투입 '트라우마 호소' 공수부대원… 법원 "국가유공자 인정"

입력
2024.11.20 15:46
"군 임무·PTSD 인과성 인정"
서울고법 행정소송 승소 판결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위대 해산 임무에 투입돼 총상을 입고 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공수부대원이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행정1부는 1980년 육군 11공수여단 소속이던 최영수(66)씨가 강원서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44년 전 최씨는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하는 임무를 받고 광주에 투입됐다. 이 과정에서 총상을 입었고 동료 부대원이 장갑차에 깔려 숨지는 모습을 목격한 뒤 주검까지 수습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최씨는 2017년 10월 '후유증으로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를 입었다'며 국가유공자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강원서부보훈지청은 '정신적 분노조절 장애는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이어진 소송에서 춘천지법 역시 "정신적 분노조절과 장애간 인과성이 없고, 최씨 증상은 개인적인 분쟁이나 민주화운동 진압군 비판 여론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을 달랐다. 재판부는 "최씨가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같은 진단을 받은 것이 단순히 민주화운동에 대한 여론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과거 직무수행으로 유발된 PTSD가 영화 등을 통한 반복적 재노출, 진압군에 대한 부정적 여론 형성으로 인해 더 악화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군인이었던 최씨가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낄 정도의 사건이었던 데다, PTSD는 호전되었다가 재발하는 경우도 임상적으로 존재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1심과 달리 최씨의 주장이 넉넉히 인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훈지청이 상고장을 내지 않아 이 판결은 지난 14일 확정됐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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