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돌진, 연이은 칼부림... 경기 위축 '스트레스 관리' 안 되는 중국

입력
2024.11.21 04:30
13면
불특정 다수 향한 '묻지마식' 범죄 빈발
경기 위축 '생활고' 불만을 사회로 표출
'소득·지위·평판' 낮은 '3저 계층' 감시

엄격한 사회 통제 때문에 치안 강국으로 평가됐던 중국에서 불특정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묻지마식'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개인적 원한이 아닌 취업난, 생활고 등 경제적 이유가 범행 동기로 지목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중국인들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사회 안정을 위협할 변수로 부상 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후난성 창더현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등교 중이던 어린이와 학부모들을 향해 황모(39)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돌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초등학생을 포함해 최소 1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황씨 차량 창문을 부수고 그를 끌어내 집단 구타했다. 현장 주민들 눈에 범행 고의성이 다분했다는 뜻이다. 명보는 이 사고가 '고의'로 의심되지만, 현지 경찰은 범행 동기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회적 분노 표출 방법 없었던 가해자"

비슷한 유형의 다른 범행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지난 16일 장쑤성 이싱시에선 한 대학생이 무차별 칼부림 난동을 벌여 8명이 숨지고 17명이 중상을 입었다. 12일 광둥성 주하이시에선 60대 남성이 차량을 몰고 운동 중인 주민들을 향해 돌진, 3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8일 새 최소 110여 명이 '묻지마' 범죄에 희생된 셈이다.

범행 동기는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이싱시 칼부림 사건 가해자는 범행에 앞서 남긴 유서에서 자신이 일했던 공장이 임금을 주지 않았다며 생활고를 호소했고, 주하이시 차량 돌진 가해자는 이혼 뒤 재산 분할 판결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9월 발생한 상하이 마트 칼부림 사건과 지난해 1월 있었던 광저우 차량 돌진 사건 등도 사회에 대한 불만이 범행 동기로 지목됐다.

취웨이궈 푸단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가해자들은 모두 자신이 취약한 위치에 있으며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믿는 공통점을 보였다"며 "자신의 분노를 표현할 방법을 제대로 찾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중국인들의 스트레스를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범죄 예방 위해 '3저3소' 계층 감시

이에 광둥성 등 일부 중국 지방 정부들은 "반사회적 범죄 예방 차원에서 '3저3소'(三低三少) 계층에 대한 추적·감시 활동을 시작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3저3소'는 중국에서 소득·지위·사회적 평판이 낮고 대인관계·이동 기회·주변과의 소통이 적은 사람을 이르는 용어다. 사회적 취약 계층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감시를 통해 범행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위젠룽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는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3저3소 감시 같은 방식은) 그들에게 '당신도 그런 일(사회에 대한 복수)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암시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반사회적 계층으로 인식하게끔 하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다. 탄강창 충칭 심리상담센터 이사도 "취약계층에 대한 감시는 사회적 모순만 더 부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