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뒤 '전남편'과 동거한 이유?…아파트 부정 청약 127건 적발

입력
2024.11.20 11:19
공장·비닐하우스로 위장전입 107건
청약 가점·특별공급 자격 얻어

경기 파주시에 사는 A씨는 인근 운정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기 직전 이혼했다. A씨는 이혼 2개월 뒤 실제로 다자녀가구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됐다. '전남편'이 소유한 아파트에 세 자녀는 물론이고 전남편까지 함께 동거하는 위장 이혼이었던 셈이다.

경기 고양시의 B씨는 모친과 장모의 주소지를 자신과 부인, 성인 남매가 사는 방 세 칸 아파트로 옮겼다. 운정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위장전입한 것이다. B씨도 노부모 부양자 특별공급을 이용해 청약에 당첨됐다.

정부가 주택 청약을 점검한 결과, 위장전입 등 부정 행위가 무더기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아파트 중 부정청약이 의심되는 40곳(2만3,839호)에서 부정 행위 127건을 적발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0일 밝혔다. 주택법 위반이 확정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주택 계약은 취소되고 신규 청약도 10년간 금지된다.

위장전입은 가장 많이 적발된 부정 행위로 107건에 달했다. 주소지를 거짓으로 옮겨 무주택세대구성원 청약 자격을 얻거나 청약 가점을 높이려 한 것이다. 공장이나 비닐하우스로 전입신고를 한 사례도 있었다.

시행사가 마음대로 이른바 ‘로열층 주택’을 처분한 사례 16건도 확인됐다. 부적격 당첨 등의 이유로 주인을 다시 찾을 때 발생했다. 시행사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대신 저층 당첨자와 공모해 미분양분을 선착순 공급하는 것처럼 꾸며 계약을 체결했다.

위장이혼(3건)과 자격매매(1건)도 적발됐다. 자격매매는 탈북자인 청약자가 브로커(중개인)에게 금융인증서 등을 넘겨주고 청약과 계약을 대리하게 한 사례였다.

이밖에 시행사가 한부모가족 공공주택 특별공급을 진행하며 사실혼 관계에 있는 미혼자와 계약한 사례도 18건 확인해 당첨을 취소했다. 한부모가족 특별공급은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한 한부모만 신청 가능하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최근 규제지역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청약과열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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