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는 역시 '캡틴' 손흥민(토트넘)이었다. 손흥민은 팔레스타인과 올해 마지막 A매치에서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상황 속에 곧바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를 구해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며 투혼을 높이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현지시간) 요르단의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6차전 팔레스타인과 원정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9월 1차전(0-0)에 이어 또 다시 무승부를 기록해 설욕의 기회를 날렸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백패스 실수가 뼈아팠다. 전반 12분 김민재는 우리 진영에서 상대 공격수 2명이 달려들자 골키퍼 조현우(울산HD)에게 백패스했다. 이 과정에서 공을 빼앗은 팔레스타인의 자이드 쿤바르는 페널티박스 밖으로 나온 조현우를 제치고 골망을 흔들었다.
다행히 손흥민이 4분 만에 만회했다. 좌측에서 이명재(울산HD)를 거쳐 이재성(마인츠)이 패스한 공을 그대로 동점골로 연결했다. A매치 51호 골을 완성한 손흥민은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50골)을 넘어 득점 순위 단독 2위로 올라섰다. 1위는 58골의 차범근 전 감독이다.
한국은 전반을 1-1로 마친 뒤 후반 맹공을 퍼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특히 후반 35분 손흥민이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롱패스를 받아 상대의 골문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결국 더 이상 추가골이 나오지 못한 채 경기가 마무리됐다.
손흥민은 경기 후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가 쉽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팀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또 배워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경기를 (스스로) 어렵게 만든 것 같다. 우리의 실수로 어렵게 간 것 같은데, 실점 후 반등하고자 했을 때 바로 동점골을 넣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의 전쟁 여파로 중립지역인 요르단에서 경기가 열렸다.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 탓이다. 양 팀은 경기 전 팔레스타인 전쟁 희생자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손흥민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언급했다. 그는 "상대 팀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하는데도 훌륭하게 준비했고, (준비한) 플랜을 경기장에서 잘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한 해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며 "(올초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2%나 3%, 많게는 10% 정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린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축구 팬들에게 행복한 한 해,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한 해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한 A매치 51호 골 기록 등에 대해 "한 해 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고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큰 영광"이라며 "여러 기록들을 지금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되는 플레이와 행동을 할까 등을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해 동안 팬들에게 2~3%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조금씩 채워나간다면 언젠가 대표팀을 떠날 때 100% 만족하는 자리까지 만들어 놓고 은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