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한데 묶는 새만금특별지자체 설립을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새만금 남북대로(2023년)·동서대로(2020년) 개통 등으로 새만금 개발의 전기가 마련됐지만 관할권을 놓고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등 세 지자체 간 갈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광역단체가 아니라 기초단체 간 특별지자체 설립 추진은 처음으로, 행정통합 논의가 나오고 있는 다른 기초지자체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김관영 전북 지사는 19일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을 관할하는 새만금특별지차체 설립을 위해 의견들을 청취하고 있다”며 “연내 세 지자체와 새만금특자체 설치를 위한 협의를 마치고 추진단을 발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세 지자체의 상위에 특별지자체를 두고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새만금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새만금간척 및 개발사업은 중국 상하이 푸둥지구보다 불과 1년 늦은 1991년 첫 삽을 떴다. 그러나 푸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지부진하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로 세 지자체의 오랜 갈등이 꼽힌다. 군산시와 김제시의 경우 서로 새만금의 노른자위인 신항만과 동서도로의 편입을 주장하는 등 10여 년째 관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김제시는 지자체 간 상생협력을 바탕으로 주민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군산시는 새만금 관할권 문제와 관광, 방역, 치안 분야에서 우선 협력할 것을 주장하는 등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통합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부안군은 관할권 분쟁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데다 특별지자체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같은 분위기로 보면 새만금특자체 합동추진단 같은 조직 설치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특별지자체는 결합강도 측면에서 행정통합보다는 느슨하고 지방자치단체조합보다는 결속력이 강하다. 별도의 집행부와 의회를 갖는다.
새만금특별지자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행정통합 필요성은 있지만 주도권 싸움 등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한 기초지자체가 여럿이기 때문이다. 특별지자체는 기존 지자체를 유지한 채 공동 목적을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행정통합보다는 반발을 줄일 수 있다.
새만금특별지자체 이 외에 현재 행정안전부가 연합체 설립을 지원 중인 기초단체로 충남혁신도시조합이 있다. 충남도청 등 행정기관이 밀집한 내포신도시는 도청 이전 계획 발표 당시 도청사 위치를 놓고 홍성군과 예산군이 대립하면서 도청은 홍성군에, 도의회는 예산군에 설치됐다. 이 때문에 길 하나만 건너도 종량제 봉투 색깔이 달라지는 등 주민 불편이 크다. 혁신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도 비슷한 이유로 충북혁신조합 결성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행안부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지방행정체제개편자문위원회 하혜수 위원(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은 “팽창하는 수도권과 지역 소멸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선책은 행정통합이고 차선책이 특별지자체, 조합”이라며 “광역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도 더 많은 특별지자체가 나온다면 국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지자체는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목포시와 신안군 등 행정통합 필요성은 있지만 주민 반대로 진척이 더딘 지역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주항공청이 설치된 뒤 경남 진주시의 행정통합 시도에 저항하고 있는 사천시도 좋은 사례다. 하 위원은 “국가 미래 산업의 한 축이 될 우주항공산업을 인구 10만의 사천시 혼자 끌고 가기엔 역부족”이라며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 특별지자체 추진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여중협 행안부 자치분권국장은 “기초지자체 단위의 특별지자체 설치는 장려될 필요가 있다”며 “미래위의 권고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