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 낮출 찬스"라며 세법 개정 논의 불 뿜는 재계...상법 개정은 "절대 반대" 펄쩍

입력
2024.1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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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재위 세법 개정 논의 앞두고
재계단체 줄줄이 '상속세율 완화' 호소
22일 공동성명 발표도 준비 중


25년 만에 상속세율을 낮추려는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가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재계가 세제 개편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경제단체마다 관련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거나 포럼을 열며 재계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고 있는데 국회 제1당인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율 완화는 "부자 감세"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상속세 개편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의 의견을 물은 이 조사에서, 73.4%는 상속세 완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경협은 특히 중산층 이하인 소득 1~3분위 응답자의 60~70% 이상이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국민은 상속세 완화가 단순히 개인의 세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업과 국가 경제에 도움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같은 날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실과 정책 포럼을 열고 정부 상속세 개편안 통과를 요청했다. 최진식 중견련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제출된 상속·증여세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날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외 상속세를 비교한 연구 보고서를 내놓았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1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나 상속세 완화를 요청했다. 22일에는 주요 경제 단체가 모여 상속세 개선촉구 공동 성명도 공개할 계획이다.


세법·상법 동시 개정 빅딜은 "별개 문제" 선 긋기


정부가 7월 발표한 상속세 개편안△자녀 공제 1인당 5,000만→5억 원으로 인상 △상속세 최고 과표 금액 10억→30억 원으로 완화 △최고세율 50%→40% 인하 △최대주주 할증(20%) 폐지가 뼈대다. 재계 요구도 정부안과 비슷하다. 재계는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가업을 물려줄 때마다 오너 지분이 현격히 줄어,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투기 세력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정부는 2000년 1월 1일 이후 상속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과도한 상속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재계가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14일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가 세법 개정 논의를 시작했지만 민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는 부자감세"(노종면 원내대변인)라며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7월 정부 세법 개정안 발표 직후 한국세무사회도 논평을 내고 정부안이 대기업‧고액자산가 감세정책 위주로 구성됐다며 비판했다. 세무사회는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무상취득한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다면 사회와 국민이 수긍할지 의문"이라며 "과표 30억 원을 초과하는 '고액 상속자' 2,400명에게 매년 1조8,000억 원의 상속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가고 중소기업이 아닌 '중견기업과 대기업'만 적용 대상인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 할증 평가 제도를 일률 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개편 논의와 기업 지배 구조 개선 방안을 함께 추진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기업 오너가 가업을 수월하게 승계할 수 있게 상속세율을 완화하는 대신 주주를 위한 기업이 되도록 견제 장치를 다는 '빅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총수 견제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업'에서 '기업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데 상법 개정을 강력 반대하는 재계 단체는 두 사안을 한 테이블에서 논의했다가 자칫 사회적 공론화로 이어질까 봐 검토 자체를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세법과 상법은 별개의 사안이라 함께 논의하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재계 단체마다 (빅딜을) 검토한 적 없어 반대 의견도 내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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