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더 좋은 연주 위한 선택"…겨울로 가는 길목, 다시 돌아온 '이선좌'

입력
2024.11.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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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선택된 좌석' 알림 메시지 초인기 공연 연이어
래틀 지휘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조성진 20, 21일 내한 공연
20일 예브게니 키신  3년 만에 리사이틀
12월 임윤찬 그라모폰상·디아파종 황금상 수상 후 첫 한국 무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연주할)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테니스 경기에 비유하자면 서브가 너무 빨라 오케스트라가 공을 받을 수 없는 윔블던 경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조성진은 악단이 공을 잘 넘겨받을 수 있도록 프레이즈를 넘겨주는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영국 지휘자 사이먼 래틀(69)은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성진(30)이 칭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협연자인 조성진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래틀이 상임 지휘자로 있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과 조성진이 함께하는 20, 21일 롯데콘서트홀 내한 공연을 앞두고 열린 자리다.

겨울로 가는 길목의 서울은 '클래식 빅뱅'의 계절, 아니 '이선좌'의 계절이다. '이미 선택된 좌석'의 줄임말인 이선좌는 온라인 티켓 예매 경쟁이 치열해 간발의 차로 좌석을 놓쳤을 때 뜨는 알림 메시지. 연이은 유럽 오케스트라 투어와 스타 연주자 연주회로 공연은 많지만 예매 경쟁도 그만큼 치열하다.

조성진과 래틀이 함께하는 BRSO 공연은 지난 8월 티켓 예매 시작 수분 만에 매진됐다.

2017년 베를린필, 2022년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LSO)와 한국에 온 래틀은 세 번째인 이번 내한 공연까지 모두 조성진을 협연자로 세웠다. 조성진은 이번 BRSO 아시아 투어의 단독 협연자로 일본, 대만 무대에도 선다. 이날 간담회에서 래틀은 "일본에서는 한국보다 더 도전적 프로그램을 연주한다"며 "(조성진 단독 협연은) 공연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자 우리가 가진 철학과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5주년을 맞은 BRSO는 2018년 주빈 메타 지휘의 무대 이후 이번이 6년 만의 내한. 래틀은 2019년 타계한 마리스 얀손스에 이은 여섯 번째 상임 지휘자로 지난해 취임했다. 래틀은 "BRSO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감정을 뜻하는 '이니히(innig)', 부드러움과 온화함, 인간미 등을 포괄하는 '바이히(weich)'라는 독일어 단어 2개로 표현할 수 있다"며 "기교적으로 잘하는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BRSO는 '시인'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악단을 소개했다.

BRSO는 20일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2번과 교향곡 2번을, 21일 베베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6개의 소품'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조성진은 브람스 협주곡 2번에 대해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며 "체력적으로 힘든 곡이지만 음악이 뛰어나 연주하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끝나고는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진이 빠지는 곡"이라고 말했다.

임윤찬, 도이치 캄머필과 쇼팽 연주

조성진과 BRSO의 첫 공연이 있는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3년 만에 한국 음악팬과 만나는 러시아 태생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53)의 리사이틀이 열린다. 이 공연 역시 지난달 티켓 예매 시작 1시간 만에 매진된 인기 공연이다.

전설의 지휘자 카라얀에게 감동의 눈물을 안긴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키신은 2006년 첫 내한 이후 매 공연 전석 매진 신화를 이어 왔다. 30회 넘는 커튼콜과 1시간에 걸친 10곡의 앙코르, 자정을 넘긴 팬 사인회 등으로 늘 화제를 낳았다. 이번 연주회에서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했던 작곡가 베토벤, 쇼팽, 브람스, 프로코피예프 작품을 선보인다.

12월 1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보 예르비 지휘의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내한 공연도 지난 9월 티켓 예매 시작 수분 만에 매진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20)이 유럽의 양대 음반상인 영국 그라모폰상과 프랑스 황금 디아파종상을 석권한 후 처음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나는 자리다. 임윤찬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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