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자(트랜스젠더) 학생의 수련회 참여를 제한하는 건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시교육감에게 트랜스젠더 학생이 화장실, 기숙사, 수련회 숙박시설 등과 같은 성별 분리 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을 지난달 23일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인 고등학생 A씨는 2박 3일 수련회를 앞두고 남학생 방을 쓰게 해달라고 학교에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A씨 법적 성별이 여전히 여자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 이후 성별 정정이 가능해졌지만,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아 정정 여부를 개별 법원 판단에 맡기고 있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아도 정정이 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을 받아도 불허 판정이 나는 등 기준이 명확지 않다.
A씨는 "고등학교 입학 후 담임 교사와 상담하며 트랜스젠더임을 알렸다"며 "친구들은 이미 저를 남자로 알고 있고 체육활동 등에서도 남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수련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기간 우울증이 심해졌다"며 "학교 측 조치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하며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 측은 A씨의 법적 성별이 남성으로 정정되지 않아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남학생 방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학생들의 성적 권리가 침해될 수 있고 성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성소수자 학생의 처우에 관한 학교 지침이 없어 여러 차례 교육청과 교육부에 문의했으나 관련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A씨 부모가 수련회 참가를 원치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학교 수련회 참가는 교육 활동의 일환이며, 성소수자 학생의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것 역시 공교육의 역할이자 의무라고 봤다. "학교 측이 A씨의 여성 시설 이용을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A씨가 교육 활동에서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설령 참여한다 할지라도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부인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개별 학교보단 교육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해 서울시교육감에게 가이드라인 마련과 더불어 △성소수자 학생이 학업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지 정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상담 등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