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를 지지하기 위해 설치한 철제 지선에서 걸려 넘어진 보행자에게 한국전력공사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전지법은 지난 8월 배달업 종사자 A씨가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철제 지선 설치 및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 등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한전은 A씨에게 28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씨는 지난 3월 20일 오후 8시쯤 쯤 배달 콜을 받고 식당에 음식을 받으러 가던 도중 인도에 설치된 전신주를 지지하는 철제 지선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A씨는 왼손을 바닥으로 짚으며 골절상을 입었고 수술도 받았다. A씨는 한전에 치료비 및 위자료 등을 요구했지만, 한전은 해당 장소가 주정차 금지구역임에도 불구하고 A씨가 오토바이를 정차한 후 사고가 났고, 조금만 전방을 주시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과실 책임을 부인했다. 또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A씨의 과실이 80% 이상이라 최대 90만 원까지만 변상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A씨 측은 사고 시각이 야간이라 식별이 어려웠고 사고 발생 이후 한전에서 전신주 등에 노란색 피복을 덧씌워 보완조치를 했다가 아예 철거까지 한 점에 비춰 행인이 넘어지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한전의 보행자 안전배려의무 위반 과실과, A씨의 과실도 참작해 한전이 A씨이게 28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한전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A씨의 주정차위반 과실은 있지만 기초적으로 한전의 전신주와 전신주를 지탱하는 지지 목적의 시설물 설치에 있어 보행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